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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암(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1.08.28)

푸레택 2021. 8. 28. 20:38

■ 암(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건강검진에서 암(癌, cancer) 진단을 받으면 불치병이라는 생각으로 삶의 마감인 죽음을 떠올리며 낙심하기 마련이다.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이 조기에 발견돼 완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암은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병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 앞으로 남은 기대여명 동안 가장 큰 적(敵)의 하나로 대응해야 할 암의 특징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종양(腫瘍, Tumor)은 우리 몸에서 특정한 기능이 없는 세포가 계속해 만들어져 이루어진 미분화 세포덩어리를 지칭하는 말로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으로 구분이 된다. 정상세포와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양성종양(陽性腫瘍)은 생장속도가 빠르지 않고, 주변 조직으로 침투해 들어가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도 않는다. 양성종양이 수술에 의해 쉽게 제거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에 발생해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성종양에 비해 악성종양(惡性腫瘍)으로 구분되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모양이 다를 뿐만 아니라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고, 주변 조직을 파고들어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이동해 다른 조직이나 기관으로 전이되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증식만 하는 암세포 덩어리는 정상세포가 위치해야 할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양분과 에너지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정상세포들의 기능이나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키게 된다. 그래서 사회에 피해를 입히는 사람을 지칭할 때 이런 암세포의 특징을 인용해 ‘암적인 존재'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암의 발생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이 된다. 암 진단을 받으면 직계가족에서 암이 발생한 경우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는 암에 대한 감수성이 유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암이 한 가족 내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유전성 암증후군이라고 부르며, 그 대표적 예가 대장암에서 볼 수 있는 가족성 용종증이다.

암 발생의 환경적 요인은 발암물질, 방사선, 무절제한 식생활, 바이러스나 곰팡이에 의한 감염 등 매우 다양하다. 담배 연기, 석면, 벤젠, 비소, 염화비닐 등과 같은 발암물질은 유전자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방사선이나 자외선도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육류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생활 습관이나 일상의 스트레스도 암 발생의 주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암의 예방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암 예방의 최우선 원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멀리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다양한 암 유발원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우리가 지켜나가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흡연자에게는 금연이 우선이다. 흡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구강암, 식도암, 방광암 등의 발생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에는 유해물질이 200여종 들어 있고, 그중 암 유발 물질이 20종 이상이나 된다. 요즈음 금연구역이 널리 정해지고 있지만, 흡연지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에 의한 간접흡연도 암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술도 암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과음이나 폭음을 자주 할 경우 간경화가 초래돼 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생활 습관이 암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 또는 태운 음식을 자주 먹을 경우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평소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는 식생활의 습관화도 필요하다.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대장암이나 유방암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암 확정 진단을 받고 수술을 통해 암 조직을 제거하려면 주변으로 전이되는 암세포의 특성 때문에 주위의 정상조직까지 일부 잘라내야 한다.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가 일어난 경우 수술 후에 재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부적 수술이나 방사선요법도 효과가 없어 항암화학요법을 적용하게 되지만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다.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의료기술로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사회에서 암 걱정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진단기기의 발달로 암이 초기에 발견되고, 예방약과 유전자가 위와 같은 첨단 수술기법의 발달로 암 환자의 수가 많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암의 완전 퇴치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는 원천적으로 암세포로 발달할 수 있는 원암유전자가 존재하고, 일상에서 접하는 나쁜 환경이나 무절제한 식생활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암 유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암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에서 암의 유발 원인들을 잘 살펴보고 제대로 관리하는 전략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가짐으로 암의 주요 유발원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에 대한 생각과 함께 자신의 식생활과 운동 습관이 올바른지 돌아다보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제안해본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