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추억', '소라', '늘, 혹은 때때로' 조병화 (2021.06.20)

푸레택 2021. 6. 20. 07:34

■ 소라 / 조병화

바다엔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
소라는 슬며시
물속이 그립답니다

해와 달이 지나갈수록
소라의 꿈도
바닷물에 굳어 간답니다

큰 바다 기슭엔
온종일
소라
저만이 외롭답니다

■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 추억 / 조병화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추억」조병화 시, 김성태 곡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아 아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여름 가고 가을 가고
나물 캐는 처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산에
아 아 이 산에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앞산 기슭을 걸어 보던 날이
나흘 닷새 엿새

/ 2021.06.20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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