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 이정록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으니
두부장수는 종을 흔들지 마시고
행상트럭은 앰프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크게 써서 학교 담장에 붙이는 소사아저씨 뒤통수에다가
담장 옆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한마디씩 날린다
공일날 운동장 한번 빌려준 적 있어
삼백육십오일 스물네 시간 울어대는
학교 종 한번 꺼달란 적 있어
학교 옆에 사는 사람은 두부도 먹지 말란 거여
꽁치며 갈치며 비린 것 한번 맛볼라치면
버스 타고 장에까지 갔다오란 거여
차비는 학교에서 내줄 거여. 도대체
생명이 뭔지나 알고 분필 잡는 거여
호박넝쿨 몇 개 얹었더니 애들 퇴학시키듯 다 잘라버린 것들이
말 못하는 담벼락 가슴팍에 못질까지 하는 거여
애들이 뭘 보고 배울 거여. 이웃이 뭔지
이따위로 가르쳐도 된다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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