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이사' 박찬중,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노후에 돈 버는 일' 김내식 (2021.01.27)

푸레택 2021. 1. 27. 09:24

 

 

■ 노후에 돈 버는 일 / 김내식

늙어서도 돈 버는 일이 없을까
나대로 곰곰이 생각한다

드디어 발견했다
방법은 내가 안 아픈 게
돈 버는 일이다

방법은 쉽다
대지에 한 발 두 발 입맞춤하여 걷는 일이다

가난한 자에게도
복이 있나니

■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 이사 / 박찬중

이사를 해 보면 알지
오랜 세월, 참 많은
필요치 않은 것들을 끌고다닌
허접한 잡동사니를 보게 되지

그럼에도 또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찾고, 그를 위해
애를 태우기도 하지

언제쯤일까
이 모든 것 버리고 떠나는 날

아주 멀리 이사하는 날
쓸쓸히 나뒹굴 허망한 욕망의 껍데기들

/ 2021.01.27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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