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감동의글] '축의금 만 삼천원' 이철환 (2020.11.21)

푸레택 2020. 11. 21. 18:03

■ 축의금 만 삼천원 / 이철환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 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ㅡ 해남에서 친구가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 언제 읽어도 좋은 글이다. 읽고 또 읽어도 좋은 글이다. 마음이 허전하고 슬프고 괴로울 땐 이 글을 읽자.

/ 2020.11.2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