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꽃 / 나태주
등꽃을 자기 집 뜨락에 기르는 사람은
등꽃이 얼마나 고운 꽃인지 모를 거야
백제 왕국의 유리구슬 맞부딪는 소리
백제 여인의 비단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그 찬란하고 은은한 소리
듣지 못할 거야
나같이 꽃 한 포기 기를 만한
뜨락조차 없어 오다 가다
비럭질로 구경하는 사람만이
귀종냥 눈동냥으로 겨우 알 따름인
그 귀한 소리를
● 등꽃 아래서 / 송수권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 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어무린 색깔로
연등날 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등꽃송이를 보고 난
그후부터다
밑뿌리야 절제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드는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 등꽃 / 손병흥
여리고 고운 봄날 꽃향기 드리워
수줍은 듯이 요염한 자태 뽐내는
치렁치렁 휘감은 채 피어나는 꽃
불어오는 바람결 너울대는 꽃다발
온통 연보라색 빛깔 향기 눈짓조차
부드러운 털로 덮여진 꼬투리에다
환영이라는 꽃말 고이 간직하고서
물 흐르듯 무수히 피고지는 식물
싱그런 초록세상 녹음 우거진 날
꽃무리 지어 더 예쁘고 매력적인
무딘 내 마음마저 이내 흔들어버린
그냥 바라만봐도 뿌듯해지는 마음
[사진] 등나무 등꽃 (일산호수공원)
/ 2020.05.05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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