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낙화 이영도, 낙화 조지훈, 낙화 이형기, 목련꽃 낙화 나태주 (2020.04.11)

푸레택 2020. 4. 11. 17:53

 

 

 

 

 

 

 

 

 

 

 

 

 

 

 

● 낙화(落花) — 눈 내리는 군 묘지에서 / 이영도

 

뜨겁게 목숨을 사르고

사모침은 돌로 섰네.

 

겨레와 더불어 푸르를

이 증언의 언덕 위에

 

감감히

하늘을 덮어

쌓이는 꽃잎,

꽃잎

 

● 낙화(落花)/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애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목련꽃 낙화 / 나태주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였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 앉겠지

 

/ 2020.04.11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