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시조감상] 우국충정의 옛시조,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눈 맞아 굽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턴고 (2020.02.27)

푸레택 2020. 2. 27. 07:29

 

 

 

 

 

 

 

 

 

 

 

●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옛시조 모음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다시 보자 한강수(漢江水)야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고쟈 하랴마는 김상헌시절(時節)이 하 수상(殊常)하니 올동말동하여라 /

 

철령(鐵領) 높은 재에 자고 가는 저 구름아, 고신(孤臣) 원루(寃淚)를 비 삼아 실어다가 임 계신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뿌려본들 어떠리 / 이항복

 

바닷가의 가을 빛은 저물어 가고, 추위에 놀란 기러기 하늘 높이 나는구나. 나라 위한 근심에 잠 못 이루는데 싸늘한 새벽 달빛은 활과 칼을 비추네 / 이순신

 

백설(白雪)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梅花)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夕陽)에 홀로 서 있어 갈곳 몰라 하노라 / 이색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하되 인걸(人傑)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 길재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세라 / 김종서

 

장백산(長白山에 기를 꽂고 두만강(豆滿江)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냐 어떻다 능연각상(凌然閣上)에 뉘 얼굴을 그릴꼬 / 김종서

 

방(房) 안에 혓는 촉(燭)불 눌과 이별하였관데 겉으로 눈물 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촉(燭)불 날과 같아서 속 타는 줄 모르도다 / 이개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 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 단심(一片丹心)이야 고칠 줄이 있으랴 / 박팽년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를 한 하노라 주려 죽을 진들 채미(採薇)도 하는 것가 비록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났더니 / 성삼문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백설이 만 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 / 성삼문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落落長松)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요 / 유응부

 

초당(草堂)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꿈에나 보렸더니 문전(門前)에 수성 어적(數聲漁笛)이 잠든 나를 깨우도다 / 유성원

 

간밤에 울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임이 울고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자 나도 울어 예리라 / 원호

 

천만리(千萬里)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 왕방영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 월산대군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하리라 / 이황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쳐시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계워 하더라 / 원천석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턴고 굽을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원천석

 

원천석: 고려 말의 학자이자 고려의 유신(儒臣). 고려가 멸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원주 치악산에 숨어 살았다. 태종이 간곡히 불렀으나 끝내 나가지 않았다.

 

"눈을 맞아서 그 무게 때문에 휘어지 대나무를 그 누가 굽었다고 하던고 굽힐 그런 절개라면 찬 눈 속에서도 저렇게 푸를 수가 있으랴? 생각건대 엄동설한에도 추위를 이겨내는 굳센 절개는 오직 대나무 너뿐인가 하노라"

 

시조(평시조).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를 통해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는 작가의 굳은 의지를 드러낸 작품이다. 고려의 유신(遺臣)인 작가는 시류에 영합하는 무리들의 회유에 동요되지 않고 끝까지 지조를 지키고자 하는 충절을 비유와 상징을 통해 표현하였는데, 초장의 ‘눈 마자 휘어진 대’에서 ‘눈’은 새 왕조에 협력할 것을 강요하는 무리를, ‘휘어진’은 그 속에서 절개를 지키며 견디는 고충을 의미한다. 중장에서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결코 절개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종장에서는 대나무를 높은 절개를 지닌 존재로 형상화하여 자신과 동일시하였다. 즉 자신도 대나무와 같이 끝까지 절개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시조(평시조). 잡초가 우거진 옛 궁궐터를 바라보며 지은 작품으로, 고려의 멸망에서 느끼는 무상감이 탄식의 어조로 잘 표현되어 있다. 초장의 ‘추초’와 중장의 ‘목적’은 흥망성쇠의 무상함을 시각적 · 청각적으로 형상화한 시어이다. 그리고 종장에서는 자신을 ‘객’으로 표현함으로써 주관적 정서를 객관화하여 드러내는 표현의 묘미를 보여 주고 있다.

 

♤ 2020.02.27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