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최광림, 단순하게 사세요 웨인 다이어, 들풀 이영춘, 우주 안도현 (2019.07.05)

푸레택 2019. 7. 5. 22:48

 

 

 

 

 

 

 

 

 

 

 

 

● 살아가는 일이 힘이 들거든 / 최광림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지치거든

창 밖을 내다 볼일이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눈길도 주어보고

지극히 낮은 보폭으로

바람이 전하는 말을

다소곳이 되뇌어도 볼일이다

 

우주가 넓다고는 하지만

손 하나로도 가릴 수 있어

그 손에 우주를 쥘 수도 있어

마음의 눈을 열면

세상은 온통 환희요 축복이다

 

마냥 가슴을 옥죄어 오듯

끓어오르는 설움이 불질하거든

실낱같은 그리움도 훌훌 털어

굽이치는 강물에 부려도 보고

어쩌다 허전한 날은

문설주에 귀 대고

낮 달의 낮은 음계를 헤아려도 볼일이여

 

비움으로서 넉넉해지고

소실로서 아름다울 수 있는

그대 가슴에 점 하나 찍어 둘 일이여

 

● 단순하게 사세요 / 웨인 다이어

 

당신들은 삶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해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화려하고 현학적인 문구들을

써놓고 그것을 '지성'이라 부르죠.

 

하지만 정말 뛰어난

작가와 예술가, 교육자들은

간단하고 명쾌하며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냥 단순하게 사세요.

복잡함을 버리고 혼란을 제거한다면,

인생을 즐기는 일이

단순하고 간단해질 거예요.

 

● 들풀 / 이영춘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없는

샛별 같은 마음들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늪지의 마을을 가 보아라

내 가진 것들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한 순간

 

● 우주 / 안도현

 

잠자리가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곳까지가

잠자리의

우주다

 

잠자리가 바지랑대 끝에 앉아 조는 동안은

잠자리 한 마리가

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