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엄마 걱정 기형도, 혼자 이생진,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이기철,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2019.07.03)

푸레택 2019. 7. 3. 15:03

 

 

 

 

 

 

 

 

 

 

 

 

 

 

 

 

 

 

 

 

●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혼자 / 이생진

 

산에 혼자 오르다가

산에 혼자 오르는

다른 혼자를 보면

꼭 혼자인 나 같아서

한참 쳐다보다가

나도 가고 그도 간다

 

● 나무 같은 사람 만나면 / 이기철

 

나도 나무가 되어

그의 곁에 서고 싶다

 

그가 푸른 이파리로 흔들리면

나도 그의 이파리에 잠시 맺는

이슬이 되고 싶다

 

이 둥치 땅 위에 세우고

그 잎새 하늘에 피워 놓고도

제 모습 땅속에 감추고 있는

뿌리 같은 사람 만나면

 

그의 안 보이는 마음 속에

놀 같은 방 한 칸 지어

그와 하루밤 자고 싶다

 

●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