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졸작수필] (2) 선인장 전시관,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선인장 Cactus, 일산호수공원 (2019.06.11)

푸레택 2019. 6. 12. 20:29

 

 

 

 

 

 

 

 

 

 

 

 

 

 

 

 

 

 

 

 

● 기기묘묘한 선인장과 CAM 식물의 광합성

 

고양누리길을 걷기 위해 일산호수공원을 찾았다. 먼저 수만 송이 매혹적인 장미가 피어있는 장미원을 둘러본 후 우리나라 최대 규모라는 '고양 선인장 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는 750품종 6,800본의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선인장은 세계적으로 그 종류가 3,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꽃기린이나 염좌, 술병란, 공선인장, 게발선인장, 공작선인장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운카리나테카리, 쥬테, 페티오라리스, 대극각금, 엑셀사, 코찰, 제국관, 무륜주, 선인각, 우주목, 연성각, 거취옥, 귀면각 등 대부분의 선인장은 다른 식물과 달리 몇 번을 보고 들어도 이름이 기억되지 않는다. 이곳 전시관에는 '대통령' 선인장이 있는데 이 선인장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극히 드물 것이다. 선인장 종류들은 이름도 낯설지만 모양 또한 각양각색으로 기묘하기 짝이 없다.

 

선인장 전시관을 둘러본 후 이어져 있는 화훼 체험장과 선인장 직판장에 들어섰다. 이곳 또한 요상하고 이상야릇한 생김새의 다양한 선인장들이 맘껏 자태를 자랑한다. 흔히 보는 다육식물도 전시돼 있고 판매도 한다. 맘에 드는 선인장이 있어서 하나 구입할까 했는데 이내 마음을 접었다. 나는 아무리 맘에 들고 가격이 적당해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 가게에서는 절대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음식점도 또한 그러하다. 주인의 친절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

 

선인장(仙人掌)은 선인장과(Cactaceae)에 속하는 식물의 통칭이다. 선인장은 다육 식물의 일종인데, 다육 식물은 건조한 환경에 견디기 위해 수분을 저장하는 조직을 진화시킨 식물들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 약 3,000종이 있다고 한다. 선인장은 대부분 잎을 가시로 변화시키거나 퇴화시켜 건조에 강하도록 진화하였다. 선인장(仙人掌)이라는 우리 이름은 제주도를 비롯하여 한국에 자생하는 부채선인장의 모습이 마치 선인(仙人)의 손바닥(掌)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동남아 여행을 가면 한 번쯤 먹어보게 되는 용과(龍果, Dragon fruit)라는 열대 과일이 선인장의 열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오늘은 선인장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며 잊고 지낸 생물학(生物學) 공부를 새삼스레 하게 되었다. 선인장은 일종의 다육식물로 사막이나 수분이 부족한 곳, 밤낮의 온도차가 큰 환경에 적응한 식물이다.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큐티클층이 두껍고 다육질(多肉質)이면서 표면적이 작은 잎을 가지고 있다.

 

선인장은 생물학적으로 CAM 식물에 속한다. 뜨거운 낮에는 기공을 닫아 증산 작용에 의한 수분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시원한 밤에 기공을 열어 CO2를 받아들여 말산 형태로 액포에 저장한 후, 다음 날 낮 동안 CO2를 분리하여 광합성을 한다. 따라서 선인장은 C3 식물이나 C4 식물에 비해 광합성량이 적어 성장이 더디다. 이런 CAM 식물에 속하는 식물에는 선인장 외에 용설란과 파인애플, 돌나물 등이 있다.

 

선인장은 잎과 줄기를 왁스로 덮어 물의 증발을 줄이고 줄기를 크게 다육으로 만들어 물을 많이 저장한다. 보통 식물은 뿌리를 땅속 깊이 박아 물을 찾는데 이용하지만, 선인장은 뿌리를 지표면에 많이 분포시켜 비가 올 때 쉽게 물을 빨아들인다. 또한 줄기나 잎 표면에 깊은 주름이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이 주름은 주변의 복사열에 의해서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게 하는 라디에이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자료를 찾다보니 Daum 백과사전 '음식의 과학' 코너에 '좁쌀과 광합성'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무척 흥미있는 내용이라 발췌하여 옮겨 적는다. 자연과학에 호기심이 적은 분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러나 생물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끝까지 읽어 보시길 바란다.

 

1927년 발표된 주요섭의 소설 『개밥』에서는 세 살 난 딸 단성이를 데리고 주인집 행랑방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행랑어멈이 등장한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단성이의 마지막 소원은 껄끄럽고 거친 좁쌀밥과 시래기국 대신 고소한 고깃국과 희고 부드러운 흰쌀밥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집 내외는 비록 마당에서 기르는 개에게는 고깃국에 만 흰쌀밥을 먹일지언정, 먹지 못해 죽어가는 어린아이와 해줄 것이 없어 애달픈 행랑어범에게 그 쌀밥 한그릇을 내주는 것을 거절한다.

 

일제 시대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그린 이 소설에서 계급의 구분은 그가 무엇을 먹느냐로 확연히 갈라진다. 상류층은 이팝(흰 쌀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보다 값이 싼 조팝(좁쌀밥)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다. 그랬기에 ‘이팝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은 어린 단성이 뿐 아니라 많은 서민들의 꿈이었으며, ‘조팝에 시래기국’은 지긋지긋한 가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조는 쌀보다 훨씬 이전에 재배되기 시작한 귀중한 곡물이었으며, 쌀에게 밀려 주식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든든한 구황작물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인 조는 인류가 처음으로 재배해 먹기 시작했던 작물 중의 하나로 낱알은 좁쌀이라고 부른다. 이미 7천년 전 중국의 황화강 유역에서 조의 재배를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신석시 시대인 기원전 3,36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에서 탄화된 조가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조를 ‘작은 쌀’이라는 뜻의 ‘샤오미(小米)’라고 한다.(참고 2010년 창립되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샤오미 사의 사명도 바로 이 좁쌀에서 유래되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가장 먼저 재배된 작물 중 하나이며 한반도 전역에서 널리 재배된 탓에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곡물인 오곡(五穀)주에서 조가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조는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조는 척박한 땅에서도 매우 잘 자라고, 성장 속도가 무척이나 빠른데다가 특히나 건조함에 대한 내성이 커서 가뭄이 들어도 수확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작물이었다. 조가 이처럼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벼나 쌀과는 조금 다른 조의 광합성 과정에 숨어 있다.

 

엽록소를 가진 식물은 모두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포도당을 합성해 살아간다. 하지만 포도당 합성의 세부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 광합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성에 따라 식물은 다시 C3 식물, C4 식물, CAM 식물로 나뉜다. 기본적인 광합성 과정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의 원소를 분해, 결합시켜 포도당과 산소로 바꾸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을 광합성 중간산물로 PGA라는 탄소(C) 3개짜리 화합물을 만든다. 그래서 C3 식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방법은 가장 기본적인 광합성 과정으로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식물들은 모두 C3 식물이었으며, 지금도 전 식물의 95%가 C3 식물이다. 이 방법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햇빛이 강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흔히 햇빛이 강해지면 식물은 광합성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햇빛이 강해지면 광합성 속도가 빨라진다. 그래서 이를 위해 식물은 기공을 열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빨아들인다. 하지만 기공이 열리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이 수증기 형태로 대기 중으로 날아가는 양도 늘어난다. 결국 식물은 잃어버리는 물의 양을 줄이고자 기공을 닫는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부족으로 광합성 효율은 떨어지고, 이미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산소는 식물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남아서 광합성과 반대 기작인 광호흡을 과정을 가속해 광합성 효율은 더욱 떨어진다.

 

이 틈을 비집고 C4 식물이 나타났다. C4 식물은 지질학적으로 백악기(1억 350 0만년~6500만년 전)이 되어서야 뒤늦게 나타난 형태로, 광합성 중간 산물로 탄소가 4개짜리 옥살산을 만들기에 C4 식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C4 식물은 C3 식물보다 더 효율적인 탄소 고정 효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광합성 효율이 더 높고 광호흡 억제 효과도 더 강력해서 햇빛이 강할수록 더 잘 자라고, 수분을 잃는 비율도 낮아서 건조한 곳에서도 잘 버틴다. 따라서 C4 식물은 C3 식물에 비해 더 건조하고 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흔히 토질을 가리지 않고 빨리 자라는 작물로 불리는 옥수수, 사탕수수, 조, 기장 등이 대표적 C4 식물이다. 여기서 더 나간 식물도 있다. CAM 식물의 경우에는 빛이 들지 않아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밤중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미리 모아서 체내에 저장하는 방식을 통해 이산화탄소 부족을 사전에 차단하고 낮에 기공을 닫아 수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인다. 따라서 이들은 극단적으로 덥고 물이 부족한 사막 지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으며, 선인장, 파인애플 등이 대표적 CAM 식물이다.

 

이렇게만 보면 C4 식물들이 C3 식물에 비해 더 우수해 보이고, 척박하고 거친 기후에서도 잘 살아남는 옥수수가 벼나 밀에 비해 월등히 나은 작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높은 광합성 효율을 보이는 조와 같은 같은 C4 식물들은 이 높은 효율 덕에 ATP의 소모량이 C3 식물에 비해 더 높다. 즉, 기온이 온화하고 물과 이산화탄소가 충분하다면 오히려 C3 식물이 C4 식물에 비해 더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열과 경쟁이 아니라 다양성(多樣性)을 통한 공존이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음식도 좋다는 것만을 골라 많이 먹는 것보다는 골고루 다양하게 적당히 먹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겨를 모두 벗겨낸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 한가지로만 지은 밥보다는 여러 가지 곡물을 두어 지은 잡곡밥이 건강이 좋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어제는 일산호수공원에 있는 선인장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선인장의 모습을 살펴보았는데 오늘은 이들 선인장이 어떻게 사막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하고 진화해 왔는지 자료를 찾아보며 새삼 잊고 지낸 나의 전공(專攻) 생물학(生物學) 공부를 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 2019.06.12 김영택 씀

 

● 오늘 걷기 코스: 정발산역- 독립운동기념비- 일산문화공원- 한울광장- 장미원- 달맞이섬- 월파정- 메타세콰이어길- 선인장 전시관- 화장실문화전시관- 민속그네- 호수교, 애수교- 폭포광장- 마두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