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졸작수필] 친근하고 귀여운 까치수염, 절실한 사랑 바위취, 황금색 꽃 피우는 모감주나무, 백년해로 해로동혈 백송 (2019.06.19)

푸레택 2019. 6. 20. 22:32

 

 

 

 

 

 

 

 

 

 

 

 

 

 

 

 

 

 

 

 

● 까치수염(앵초과)를 보며

 

제 이름은 까치수염이에요. 이름이 참 귀엽고 독특하죠? 까치가 무슨 수염이 있냐면서 사람들이 자꾸 날 보고 까치수영이래요.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하얀 새를 닮았지요. 이삭의 털이 수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누구는 까치가 가짜라는 뜻이 있어 가짜 수염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나. 까치수영은 어느 학자의 오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이제 앞으로는 저를 까치수영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까치수염! 이렇게 불러주세요. 하얀 꽃 다닥다닥 매달고 부끄러워 살짝 고개숙인 제 모습 자세히 보아주세요. 자세히 보면 예쁠 거에요. 부디 저를 그냥 스쳐 지나가지 마시고 한 번만 자세히 살펴 봐 주세요. 그러면 친근한 정(情)도 생기고 아기가 방긋 웃는 모습도 보일 거에요. 동심(童心)의 세계도 열릴 거구요.

 

● 바위취(범의귀과)를 보며

 

앞 마당 뜰에 조그만 터만 있어도 살포시 자리잡고 하이얀 꽃 피우는 바위취. 바위틈에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 돌단풍과 함께 어울리면 더욱 멋스럽다.

 

바위취는 꽃 모양이 아주 독특하다. 꽃잎은 5장인데 위의 3장은 짧고 연한 홍색 바탕에 진한 홍색 반점이 있다. 아래 꽃잎 2장은 흰색으로 반점이 없고 길다.

그래서 전체 꽃 모양이 큰 대(大)자 모양 같기도 하고

글월 문(文)자 모양 같기도 하다.

 

● 모감주나무(Golden rain tree, 무환자나무과)를 보며

 

모감주나무는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7~8m 높이로 크게 자라며 초여름 황금빛 꽃이 핀다. 꽈리처럼 생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데 옅은 녹색이었다가 점차 짙은 황색으로 변한다. 열매는 익으면 3개로 갈라지는데 그 안에 검은색의 씨가 보통 세 개 정도 들어있다. 씨로 염주를 만들기도 해 염주나무라고도 한다.

 

모감주나무는 백령도와 덕적도, 안면도 등 주로 서해안에 자라고 있어 중국에서 파도를 타고 우리나라에 불시착한 수입나무로 알려졌다. 그러나 완도,거제도에서도 자람터가 발견되고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고 있음이 확인되어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이라 말한다.

 

모감주나무는 대부분 숲을 이루어 자라는데 경북기념물로 지정된 안동 송천동의 모감주나무는 나이 350년, 키 11미터, 둘레 150센티미터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일산호수공원 마두역 출입구 쪽에 모감주나무가 황금빛 꽃을 피워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백송을 처음 보고 귀공자 같은 모습에 나무 가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 하고 반한 적이 있다. 가지 끝마다황금빛 꽃 가득 피워내는 모감주나무, 아 황금이라도 발견한 듯 내 가슴 두근두근거린다. 아! 하는 감탄사 절로 나온다.

 

● 백송(白松, 소나무과)을 보며

 

백송은 수피(樹皮)가 하얗고 얼룩얼룩하여 한 번 본 사람은 쉽게 잊지 못한다. 고고함과 엄숙함이 느껴지는 고상한 나무다. 오래 전 한창 생태 탐사에 심취되어 있을 때 창덕여고 자리인 헌법재판소에서 처음 본 백송, 나무도 이렇게 잘 생기고 멋있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

 

백송은 중국에서 자라던 나무로 원산지에서도 자연 상태로 만나기가 어려운 희귀 수종이다. 멋지고 특이한 모습 때문에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지금은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다. 그러나 환경 적응력이 떨어지고 번식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백송은 오래 전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이 처음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다섯 그루의 백송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백송은 잎이 침엽으로 3개가 속생하는데 잎이 두개인 소나무보다는 5엽인 잣나무를 닮았다.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다음해 10월에 익어서 달걀 모양의 솔방울이 된다. 일산 호수공원 애수교 근처에 몇 그루 자라고 있어 산책할 때마다 눈길이 간다.

 

백송의 꽃말은 백년해로(百年偕老)라고 한다. 결혼을 축하할 때 백년해로 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백년해로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고도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오래도록 함께 살고 함께 늙고 같이 한 무덤에 들어간다는 뜻이리라.

 

그런데 생물학(生物學)을 공부한 사람들 기억한다. 해로동혈(偕老同穴)이 해면동물(海綿動物)이라는 것을. 젊은 시절 무척추동물학을 공부할 때 해로동혈을 알았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새우 애벌레 한 쌍이 우연히 바다수세미 속으로 들어간다. 바다수세미가 바로 해면동물의 일종인 해로동혈이다. 이곳에서 먹고 자라던 새우 한 쌍이 어느 날 몸집이 커져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평생을 함께 산다고 한다. 새우 한 쌍이 해면동물인 해로동혈 한 구멍(同穴)에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산다(偕老)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해로동혈(偕老同穴)! 참 재미있게 붙인 이름이다. 가장 멋지고 뜻있게 붙여진 동물 이름 대회가 있다면 단연(斷然)코 '해로동혈'이 베스트 1위 대상(大賞)감이다. 해로동혈에 들어간 새우 이름은 동혈새우라고 한다니 이 또한 재미있기 그지 없다.

 

/ 김영택 2019.06.2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