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수필] 정갈하고 청초한 꽃 산수국, 하늘로 오르는 용머리, 끈기있고 강인한 실유카, 운치있는 만첩빈도리 (2019.06.19)

 

 

 

 

 

 

 

 

 

 

 

 

 

 

 

 

 

 

 

 

● 산수국(山水菊, 범의귀과)을 보며

 

초여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꽃 산수국.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들여다 볼수록 청초함 느껴지는 매력적인 꽃이다.

 

기하학적 꽃 나열 어찌 그리도 단정한지. 파르스름한 꽃 색깔 어찌 그리도 영롱한지. 사람들은 네가 붉게 푸르게 색깔 좀 변한다고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고 너를 깎아내리네.

 

가짜꽃이 진짜꽃보다 더 아름다워 벌 나비 불러 모으네. 수국은 진찌꽃은 사라지고 가짜꽃만 부풀린 거라지. 언제였던가 울릉도 성인봉에서 보았던 등수국과 바위수국. 그 은은한 자태, 화사한 눈길 아직도 내 맘 속에 남아있네. 눈덩이 같은 커다란 꽃송이 매단 나무수국은 언제 피어나려나.

 

● 용머리(Dragon's head, 꿀풀과)를 보며

 

아래 위로 갈라진 두 장의 입술 꽃잎, 꿀풀 친구. 상상의 동물인 용(龍)의 머리 닮아 용머리 꽃이라지. 늘 푸르디푸른 하늘 그리워, 하늘로 오르고픈 꽃. 무더운 한여름에 피어나서 자주빛 청량감 선사하는 꽃. 특이한 꽃 모양, 시원한 꽃 색깔, 잘 붙여진 이름 덕분에 용머리 꽃,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꽃 되었네.

 

우리나라에 사는 전형적인 자생식물(自生植物)이라지. 깊은 숲 속에서 늘 승천(昇天)하는 꿈꾸며 사는 네 모습 고달픈 인생길, 희망과 기다림이 있어 견딜 수 있는 게지. 두 발 땅에 딛고 살지만, 그래도 가끔은 하늘을 우러러 보자.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보자.

 

● 실유카(Yucca filamentosa L. 용설란과)를 보며

 

이름 멋지고 특이해서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식물, 유카. 북아메리카가 고향인 용설란과의 실유카. 줄기가 있고 잎에 실이 없는 유카와 달리 실유카는 뿌리에서 바로 잎이 돋아나고 잎 가장자리에 실 같은 섬유질이 있다지. 북미 원주민들은 용설란과의 섬유질로 밧줄을 만든다. 날카로운 잎을 '아담의 바늘(Adam's needle)이라 부른다죠. 그 날카로운 잎에서 어찌 그리도 매력적인 하얀 종 같은 꽃 소복소복 만들어 올리는 걸까? 유카 꽃이 피면 본격적인 여름 더위와 장마가 찾아온다.

 

● 만첩빈도리(범의귀과)를 보며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말발도리. 꽃이 진 뒤에 달리는 열매가 말발굽에 끼는 편자(Horseshoe)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죠. 바위말발도리는 새 가지 끝에서 꽃이 피고, 매화말발도리는 2년 된 묵은 가지에서 꽃이 핀다고 하지요. 빈도리는 우리 말발도리를 닮은 일본말발도리라지요. 줄기 속이 비어있어 '빈', 말발도리의 '도리'가 합쳐져 빈도리. 만첩빈도리는 꽃잎이 여러 겹으로 피는 겹꽃인 빈도리에요.

 

초여름 6월이 오면 나뭇가지에 소복소복 눈이 쌓인 듯

순백의 꽃잎들 시원스레 첩첩이 박혀 피어나지요. 운치가 있고 정답게 느껴져 꽃말이 애교(愛嬌)인가요? 둘레길 산책하며 보고 또 보고 만첩빈도리 매력에 빠졌어요.

 

/ 김영택 2019.06.2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