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일기] 재치문답의 추억, 강소천의 가을 바람과 그리운 언덕 (2019.05.30)

푸레택 2019. 5. 30. 07:59

 

 

 

 

 

 

 

 

 

 

 

 

 

 

 

 

 

 

 

 

 

 

 

 

 

● 재치문답의 추억: 강소천의 가을 바람과 그리운 언덕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배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도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 아람: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서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강소천 선생님이 지으신 '가을바람', 국민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던 동시(童詩)이다. 어린 시절, 시골 농촌에서 큰 도시로 올라온 나는 왠지 '가을바람' 동시가 좋아서 늘 암송하고 다녔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이 동시를 다시 알게 되었다. 그러고는 또 잊고 지냈는데 요즈음 손주를 돌보면서 또다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참으로 긴 세월이 흘러갔는데도 이 동시는 내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도 안 보고 외워보니 거의다 암송할 수 있어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첫 구절이 내가 암송하고 있는 내용과 조금 다르다. 나는 '아가리도 안 벌린 밤을 따려고..'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이다. 왜 아람이 아가리로 바뀐 것일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내 대뇌피질의 기억저장 창고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살림에도 집에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한 대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연속극을 즐겨 들으셨는데 나는 매주 한 번씩 하는 KBS 라디오 '재치문답'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었다. 여러 유명 인사들이 출연하여 말 그대로 순간 재치를 겨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시그널 뮤직과 함께 담당 아나운서의 '재치문답 시간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멘트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記憶) 속에 남아있다.

 

 

 

그런데 나는 이 프로램에 출연하였던 강소천 선생님을 특히 좋아했다. 강소천 선생님은 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코너에서 송아지 동요 가사를 '강소천 박사는 재치박사죠. 재치박사 중에서 최고 인기죠'하며 불렀는데 한 번 들은 그 기억이 왜 이토록 오래 남아있는 것일까? 그런데 내가 강소천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다.

 

 

 

손주 다솔이와 튼튼이에게 틈날 때마다 코끼리 동물 그림을 보여주며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하며 '코끼리' 동요를 즐겨 불러주었는데 이 노래가 강소천 선생님 동시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또한 눈사람 그림이 나오면 '한겨울에 밀집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이 '꼬마 눈사람'도 강소천 선생님이 쓰신 동시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리운 언덕'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했다.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 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 본다. 나만 혼자서'. 어릴 때 고향을 떠나온 나는 시골 언덕에서 함께 뛰놀던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생각날 때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런데 이 그리운 언덕 동요를 쓰신 분이 강소천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이 동요 가사처럼 선생님도 일찍 떠나온 북녘의 고향 동무들을 그리워하며 이 노래를 지으셨다는 사실을 안 것은 오십 년 세월이 훌쩍 흐른 뒤였다. 나는 물푸레나무가 좋아서 닉네임으로 '물푸레'를 쓴다. 또한 바로 이 동요 그리운 언덕이 좋아서 '고향언덕'을 닉네임으로 쓴다.

 

 

 

금강산, 태극기, 산토끼야, 유관순 누나, 이순신 장군, 어린이 노래, 스승의 은혜, 추석날, 겨울밤, 종소리, 나무, 구름, 산딸기, 소풍, 보슬비의 속삭임, 위문 편지, 흥부와 놀부, 푸른 목장, 다알리아, 숨바꼭질, 작별 등 내가 자주 불렀고 아이를 키우면서 불러주었고 또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이 수많은 노래를 만드신 분이 강소천 선생님이다. 강소천 선생님은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으로 길이 남으시리라 생각한다.

 

 

 

/ 2019.05.30 김영택 씀

 

 

 

● 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 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 본다 나만 혼자서

 

 

 

● 코끼리 / 강소천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코끼리 아저씨는 소방수래요

 

불 나면 빨리 와 모셔가지요

 

 

 

● 꼬마 눈사람 / 강소천

 

 

 

한 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삐뚤고

 

거울을 보여줄까 꼬마 눈사람

 

 

 

하루종일 우두커니 꼬마 눈사람

 

무엇을 생각하고 혼자 섰느냐

 

집으로 들어갈까 꼬마 눈사람

 

 

 

● 산토끼야 / 강소천

 

 

 

토끼야 토끼야 산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며는 무얼 먹고 사느냐

 

흰눈이 내리며는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되어도 걱정이 없단다

 

엄마가 아빠가 여름동안 모아논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 금강산 / 강소천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금강산 보고싶다 다시 또 한번

 

맑은 물 굽이쳐 폭포 이루고

 

각가지 옛이야기 가득 지닌 산

 

이름도 찬란하여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 태극기 / 강소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입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펄럭입니다

 

 

 

● 유관순 누나 / 강소천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옥 속에 갇혀서도 만세 부르다

 

푸른 하늘 그리며 숨이졌대요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불러봅니다

 

지금도 그 목소리 들릴 듯하여

 

푸른 하늘 우러러 불러봅니다

 

 

 

● 이순신 장군 / 강소천

 

 

 

이 강산 침노하는 왜적 무리를

 

거북선 앞세우고 무찌르시어

 

이 겨레 구원하신 이순신 장군

 

우리도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 어린이 노래 / 강소천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

 

무럭 무럭 자라나는 나무들 같이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

 

무럭 무럭 자라나는 나무들 같이

 

너도 나도 씩씩하게 어서 자라서

 

새나라의 기둥되자 우리 어린이

 

 

 

햇님 보고 방긋 웃는 꽃송이 같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송이 같이

 

햇님 보고 방긋 웃는 꽃송이 같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송이 같이

 

너도 나도 곱게 곱게 어서 피어서

 

새나라의 꽃이 되자 대한 어린이

 

 

 

● 스승의 은혜 / 강소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태산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

 

떠나면은 잊기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

 

갚을 길은 오직 하나 살아생전에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 새겨

 

나라 위해 겨레 위해 일하오리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 추석 날

 

 

 

팔월에도 추석 날은 즐거운 명절

 

밤 먹고 대추 먹고 송편도 먹고

 

 

 

팔월에도 추석 날은 달이 밝은 밤

 

손에 손을 잡고서 달맞이 가요

 

 

 

● 종소리 / 강소천

 

 

 

아름다운 종소리가 새벽 종소리가

 

날아와 앉는다 내 귓가에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흩날리듯

 

종 속에서 쏟아지는 새벽 종소리

 

댕- 댕- 댕- 댕-

 

 

 

아름다운 종소리는 새벽 종소리는

 

마을로 집으로 찾아든다

 

일찌기 잠이 깬 아이들의 귓가에만

 

날아와 앉는대요 새벽 종소리

 

댕- 댕- 댕- 댕-

 

 

 

● 겨울 밤 / 강소천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모두 옹기 종기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듣지요

 

 

 

붕붕 가랑잎이 우는 밤

 

붕붕 춥다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화롯가에서

 

모두 올망 졸망 모여서

 

밤을 호호 구워 먹지요

 

 

 

● 흰 구름 푸른 구름 / 강소천

 

 

 

마음이 갑갑할 땐 언덕에 올라

 

푸른 하늘 바라보자 구름을 보자

 

저 산 너머 하늘 아랜 그 누가 사나

 

나도 어서 저 산을 넘고 싶구나

 

 

 

푸른 구름 흰 구름에 흰 돛을 달아

 

산 너머 저 하늘에 띄워 보내자

 

내 마음 펄럭이는 흰 돛이 되어

 

달나라 별나라를 맘대로 가자

 

 

 

● 나무 / 강소천

 

나무도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

 

우리들 처럼야 나이를 먹는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나이

 

나무만 아는 동그란 나이

 

 

 

나무도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

 

한 해에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나이

 

나무만 아는 동그란 나이

 

 

 

● 구름 / 강소천

 

 

 

구름이 구름이 하늘에다

 

그림을 그림을 그립니다

 

노루도 그려넣고 토끼도 그려넣고

 

동생하고 나란히 풀밭에 앉아

 

펴오르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바라봅니다

 

 

 

구름이 구름이 하늘에서

 

재주를 재주를 부립니다

 

노루도 재주넘고 토끼도 재주넘고

 

동생하고 나란히 풀밭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그려봅니다

 

그려봅니다

 

 

 

● 산딸기 / 강소천

 

 

 

잎새 뒤에 숨어 숨어 익은 산딸기

 

지나가는 나그네가 보았습니다

 

딸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갑니다

 

 

 

잎새 뒤에 몰래 몰래 익은 산딸기

 

귀엽고도 탐스러운 그 산딸기를

 

차마 차마 못따가고 그냥 갑니다

 

 

 

● 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려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 밭으로 갈 테야

 

 

 

● 민들레 / 강소천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돌맞이 우리 아기도 노랑저고리

 

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아가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돌맞이 우리 아기도 노랑저고리

 

아가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

 

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 소풍 / 강소천

 

 

 

단풍 잎이 아름다운 산으로 가자

 

산새들이 노래하는 산으로 가자

 

맞은 편을 향하여 소리 지르면

 

메아리가 대답하는 산으로 가자

 

 

 

들국화 향기로운 들로 나가자

 

갈대가 손짓하는 들로 나가자

 

금잔디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벌레소리 들려오는 들로 나가자

 

 

 

● 나무야 / 강소천

 

 

 

나무야 나무야

 

서서 자는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다리 아프지

 

 

 

나무야 나무야

 

누워서 자거라

 

 

 

● 눈 내리는 밤 / 강소천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 다알리아 / 강소천

 

 

 

보슬비에 얼굴이 간지럽다고

 

우리집 앞뜰의 다알리아 고개 숙였네

 

 

 

방긋 웃는 햇님이 부끄럽다고

 

우리집 앞뜰의 다알리아 고개 숙였네

 

 

 

● 호박꽃 초롱 / 강소천

 

 

 

호박꽃을 따서는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무얼 만드나

 

우리 아기 조그만 우리 아기 조그만

 

초롱 만들지 초롱 만들지

 

 

 

반딧불을 잡아선 반딧불을 잡아선

 

무엇에 쓰나 무엇에 쓰나

 

우리 아기 초롱에 우리 아기 초롱에

 

촛불 켜주지 촛불 켜주지

 

 

 

● 숨바꼭질 / 강소천

 

 

 

우리 모두 노오란 나비가 되어

 

개나리꽃 울타리에 날아가 앉자

 

술래야 날 찾아라 어디 숨었니

 

꼭꼭 숨어라 찾으러 간다

 

 

 

우리 모두 귀여운 반디가 되어

 

수풀 속에 불을 끄고 숨어 버리자

 

술래야 날 찾아라 어디 숨었니

 

꼭꼭 숨어라 찾으러 간다

 

 

 

우리 모두 조그만 별들이 되어

 

구름 속에 살짝 숨어 버리자

 

술래야 날 찾아라 어디 숨었니

 

꼭꼭 숨어라 찾으러 간다

 

 

 

● 흥부와 놀부 / 강소천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 놀부 살았다네

 

맘씨 고운 흥부는 제비 다리 고쳐주고

 

박씨 하나 얻어서 울 밑에 심었더니

 

주렁 주렁 열렸대 복 바가지 열렸대

 

톱질하세 톱질하세 슬근슬근 톱질하세

 

하나 켜면 금 나오고 둘을 켜면 은 나오고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 놀부 살았다네

 

심술 궂은 놀부는 제비 다리 다쳐놓고

 

박씨 하나 얻어서 울 밑에 심었더니

 

주렁 주렁 열렸대 헛 바가지 열렸대

 

톱질하세 톱질하세 슬근슬근 톱질하세

 

셋을 켜도 금은 없고 넷을 켜도 은은 없고

 

 

 

● 위문 편지 / 강소천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해도

 

고마운 우리 국군 아저씨길래

 

정성들여 위문 편질 써 보냈더니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왔어요

 

 

 

아저씨 고향은 어디일까요

 

아저씨 얼굴이 알고 싶어요

 

이번에는 내 사진도 넣어보내고

 

내가 그린 그림도 보내겠어요

 

 

 

● 푸른 목장 /강소천

 

 

 

오 푸른 바람 불어와

 

푸른 빛 물결 일으킨다네

 

오 온통 푸른 이 목장

 

수풀은 잘도 자랐네

 

 

 

눈 녹아 골짜기 개울을 이루고

 

평지에 흘러서 강물이 되었네

 

들판을 흐르며 논밭을 적시며

 

노래를 부르네 풍년가를

 

 

 

● 작별(석별의 정)

 

 

 

오랫동안 사귀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요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잘 가시오 잘 있으오 서로 손 꼭 잡고

 

석별의 정 잊지못해 눈물도 흘리네

 

이 자리를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