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벚꽃을 보고 느낌이 일어 한용운,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4월 한승주, 수선화에게 정호승 (2019.04.16)

푸레택 2019. 4. 16. 12:46

 

 

 

 

 

 

 

 

 

 

 

 

 

 

 

 

 

 

 

 

● 見櫻花有感(견앵화유감)

벚꽃을 보고 느낌이 일어 / 韓龍雲(한용운)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

(작동설여화 금춘화여설)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

(설화공비진 여하심욕렬)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엔 꽃이 되려 눈과 같구나

눈도 꽃도 참 아님을 뻔히 알면서

왜 이리도 내 마음은 찢어지는지

 

● 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李鎬雨)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은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4월 / 한승주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

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루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