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고향 학교 군대 교단

[전우 찾기] 서울공고 광산과 65회 그리운 전우, 보고싶은 전우 강재수!

푸레택 2013. 9. 24. 21:47

 

젊은 날의 추억들 한갓 헛된 꿈이랴...

잊고 살아온 날들의 그리움!!!





* 앞줄 왼쪽부터 김창근, 김영택(나) 강재수 

<양구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취사장 앞에서, 1977>

 

보고 싶은 전우, 그리운 전우 강재수!

 

35년 전 우리 833포병대대에서

‘형, 아우’ 하며 혈연보다 더 가깝게 지냈는데

제대 후 잠깐 만난 후

소식이 끊겨 만나지 못한 세월이 어언 30여년.

 

무심한 세월을 탓하랴,

무심했던 나 자신을 탓하랴.

정말 세월이 화살처럼 흘러가 버렸구나.

 

그 빛나던 눈동자, 그 맑고 순박한 마음

잃어버린 너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카페와 블로그에 글도 올려보고

서울공고 출신의 지인을 통해 알아도 보았지만

바람결에도 너의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구나.

 

서울공고 광산과 65회 강재수!

어느 친구분이 몇 년전 네가 독산동에 살 때

연락한 적이 있었다는 소식뿐...

 

재수야, 어느 곳에서든 건강히 살아가고 있다면

이 형은 그것으로 그리움을 대신하고 싶다.

 

그러나 한 번 쯤은 만나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다.

부대 후문 뒤에 있는 무수막집 호롱불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생사를 같이 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다시 써 보는 답장, 형 영택 씀.

<2013>

 

보고 싶은 전우

강재수 아우에게 다시 쓰는 편지

 

그립고 보고 싶은 동생, 재수야 ^^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 그 스무 살 남짓 젊음의 얼굴,

그 때 그 청춘의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한 겨울 연병장에 소리없이 소복이 쌓이던 함박눈처럼

그 순수했던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한 여름 취사장 앞 개울가에

콸콸콸 흘러 내려가던 시냇물처럼

그 순박했던 그 때 그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전역 전날, 재수와 건우 너희들에게 이끌려

후문 너머 주막집 호롱불 아래에서

형님 아우 하며 막걸리를 나누고 우정을 나누었는데...

 

무심한 세월이 강산을 세 번 바꾸어 놓도록

만나지 못하는

꿈속에서만 너희들을 만나야 하는 이 안타까움.

무심했던 이 형을 용서해 주렴.

 

너희들 보고 싶은 마음,

그리움이 한없이 솟구치는 날이면

그 청춘의 시절,

이제는 빛바래 누렇게 되어버린 그 시절

사진을 꺼내 보며 홀로 그 시절 추억에 잠겨본다.

 

너희들 이 녀석들, 삶에 바쁜 거야,

인터넷도 하지 않는 거야

하고 허공에 원망도 해 본다.

 

그리운 전우들,

다들 어느 하늘 아래 어디에선가

잘들 살아가고 있겠지 하고,

너희들도 어디에선가 그 때를 그리워하고

나를 보고 싶어 하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어느 날 뜻밖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오겠지,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오겠지 하고

맘을 달래도 본다.

 

재수야, 내가 전역 하던 전날 밤.

그래 그 날 밤은 억지를 쓰다시피 한 잔 했지만,

온갖 상념에, 서러움과 아쉬움이 뒤범벅이 되어

말없이 침묵만을 지켰지만...

 

그래 이제 우리 만나면 밤을 지새우며

옛 추억을 안주삼아 술잔을 나누고

다시 젊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자.

우리 다시 그 스무 살 젊음의 날로

추억 여행을 떠나자.

 

다시 우리 만날 수 있다면 말이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말이야....

 

- 재수, 건우, 태준

너희 아우들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35년 전 833포병대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형, 영택 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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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다시 읽어 보는 833포병대대

그리운 전우의 군대 편지

젊은 날의 추억들 한갓 헛된 꿈이랴...

 

보고 싶은 전우

강재수 아우가 보내온 편지 (1)



형님,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높푸른 오월의 하늘

녹음이 짙어만 가고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나른해지는 나의 육체를 한결

부드럽게 하는군요.

 

형, 이곳 동생은 형님의 지덕으로 아무 별고 없이

근무에 충실하고 있답니다.

 

벌써 전역을 하신지 이개월이란 세월이 흘러가는군요.

세월은 참 빠르군요.

엊그제 한 잔의 술을 주고받으며 마시던 것 같더니만

항상 말없이 침묵만을 그리던 형님.

 

인자하신 형님을 보내고 보니 제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잡을 수 없는 느낌입니다.

항상 저를 아껴 주시던 형님, 무어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신이 늦어 죄송합니다.

형님, 이만 난필을 눕히렵니다.

그럼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 전선에서 동생 재수 올림.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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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전우

강재수 아우가 보내온 편지 (2)

 

형님께 드립니다.

유월의 따사로운 햇볕아래 오늘도 변함없이

거듭되는 생활을 지내고 있답니다.

그 동안 안녕하신지요?

 

보내주신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저도 형님 지덕으로 몸 건강히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제 사수(건우) 역시 건강한 몸으로

근무에 충실하고 있죠.

 

초여름이라서 그런지 몸의 피로함은 한층

더 짜증스럽고 불쾌지수는 높아만 가고 있죠.

형님,

저를 무정하다고 생각하셨겠지요.

 

하지만 저는 항상 마음속에는 형님의 인자스러움과

넓은 마음만은 간직하고 있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펜을 들기가 무척 힘들군요.

무엇 때문일까요?

 

형님,

이곳 역시 단비가 조금은 내려 산야의 잎새들은

한층 더 싱그러움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영외의 농부들은 바쁜 일손과 거기서 들려오는

즐거운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

 

형님,

요번 여름에는 멋진 계획을 세우셨군요.

부럽군요. 하하하

그럼 즐거운 나날이 되기를 빌면서 아울러 형님의

결혼을 미리 축하드리렵니다.

그럼 이만 난필 눕히렵니다.

 

- 전선에서 동생 재수 올림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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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전우

강재수 아우가 보내온 편지 (3)

 

김 병장님,

아니 김 병장님이라고 쓰면 안 되겠죠?

벌써 사회인이 된지 오래 됐는데...

 

휴가 갔을 때 한 번 만나 뵐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성의가 없었던 탓이겠죠?

이렇게 지금까지 편지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죠.

 

형, 미안해요.

항상 웃으시며 군 생활을 마치셨으니까

사회에서도 앞날을 내다보며

귀여운 학생들과 즐겁게 생활해 나가시리라 믿어요.

 

오늘도 한 잔 했습니다.

요즈음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시피 하고 있어요.

이럴 때면 김 병장님 아니 형의 의지가 부러워요.

전역하시기 전날 밤도 억지를 쓰다시피

한 잔 했으니까요.

그렇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의 여유를

좀 가지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형 같이 마음 착한 형수 만나 행복하게 사십시오.

안녕...

 

지금 이 시간도 형은 아마 책을 읽고 계시겠죠?

돼지 꿈 꾸시고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또 다음 날도

항상 웃으며 살아가세요.

 

- 재수 올림.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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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전우

강재수 전우가 보내온 편지 (4)

 

형님 전,

찌푸린 하늘에서는

세상의 어지러움을 씻어내 주는 듯

시원스레 내리는 단비가 우리들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기분이군요.

 

산야에는 이름 모를 나뭇잎새들이

한층 더 싱그러움을 보여주고

앞 논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초여름의 맛을 보여주는군요.

 

그동안 안녕하신지요?

서신이 늦어 죄송합니다.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잡지 못하는 펜을 용서하십시오.

형님의 지덕으로 동생은 군생활에 아무 부담감 없이

충실하고 있답니다.

 

아무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나의 친 형님보다도

이렇게 까지 생각해 주시니

참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형님,

보내주신 책은 잘 받아 보았습니다.

아직은 반밖에 못 읽었지요.

니체를 광란의 열정 속으로 빠뜨린 루 살로메이죠.

멋있고 개성적인 여자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무의미한 하루가 또 흘러가는군요.

허나 묵묵히 침묵만으로 현 생활을 지내보렵니다.

고요한 밤 멀리 전선에서...

 

- 동생 재수 올림.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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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전우! 보고 싶은 전우!

강원도 양구 833포병대대 강재수 전우의 군대 편지

<1978~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