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 (4) 나의 영원한 별, 아버지

푸레택 2022. 9. 18. 18:23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4)] 나의 영원한 별, 아버지:한국 교회의 나침반 뉴스파워(newspower.co.kr)

 

[newspower]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4)] 나의 영원한 별, 아버지

  그대의 삶이 아무리 남루하다 해도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가라그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부족한 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부족한 것을 들추는 이는 천국에서도 그것을 들춰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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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삶이 아무리 남루하다 해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가라
그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피하거나 욕하지 말라
부족한 것을 들추는 이는 천국에서도 그것을 들춰낸다
가난하더라도 그대의 생활을 사랑하라
그렇게 하면
가난한 집에서도 즐겁고 마을 설레는
빛나는 시간을 가지게 되리라
햇빛은 부자의 저택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의 창가에도 비친다
봄이 오면 그 문턱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대지의 성자’라는 시(詩)입니다.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혼자서 자연과 벗 삼아 지낸 소로우는 그 소박한 자연의 일기 <월든>의 주인공입니다. 그가 대단한 엘리트여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맑고 향기로운 소리를 알아챌 수 있는 자연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지금은 대숲이 있는 시골에서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호수가 있는 곳에 아틀리에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하나님이 손짓하여 오라고 할 때까지 포근한 흙냄새 나는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수줍어하고 말이 없어 혼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화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늘 예쁜 사진이나 그림이 있으면 가위로 오려내어 벽에 붙였습니다. 종이가 귀한 시절에 지금의 아트지 같이 두꺼운 종이는 아버지가 사주지 않았다면 만져볼 수도 없었습니다. 간혹 일본에 출장을 가시면 사쿠라 물감과 고가의 붓을 선물로 사오시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외지에 나갔다 돌아오시는 날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몇 십 리를 걸어 선창에 마중을 나가곤 했습니다. 멀리서 나룻배를 타고 오시는 아버지가 보이면 난 갑자기 황홀해지곤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또 아버지는 백로지를 노끈으로 묶어 두툼한 공책을 만들어 주셨는데 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그런 공책에 글씨도 공들여 쓰고 빈틈없이 빼꼭하게 채우던 습관이 지금도 몸에 배여 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눈에 들어오면 오랫동안 생각하고, 그것을 반복해서 그리곤 합니다. 모든 교과목에서 단연 높은 수위를 달렸지만 이상하게도 숫자를 세고 계산하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에서 세례문답 시험을 치루었는데 내가 전 교인 중에서 일등을 차지했습니다. 이 사건이 내 생애에 큰 결단을 하게 된 원인이 되었는데 그때 마음먹기로는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이 내가 목사가 된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 또한 데이빗 소로우처럼 자연의 소리에 민감한 화가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자연 속에 살며 오감을 닦으면 깊고 어두운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림이 그려지고 전시회를 열어 수입이 생기면 내가 잠시 머물렀던 아프리카를 돕고 싶습니다.

박영 화백(홍대 미대 서양학과, 프랑스 유학, 크리스천정신문화연구원장)ㅣ뉴스파워 2021.06.01

/ 2022.09.1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