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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 (3) 계속되는 꿈의 여정을 위하여

푸레택 2022. 9. 18. 18:18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3)] 계속되는 꿈의 여정을 위하여:한국 교회의 나침반 뉴스파워(newspower.co.kr)

 

[newspower]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3)] 계속되는 꿈의 여정을 위하여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나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 눈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지. 늘 그러했고 앞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결코 가질 수 없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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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나는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 눈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지. 늘 그러했고 앞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결코 가질 수 없는 간단히 말해 바닥중의 바닥인 별 볼일 없고 유쾌하지 않은 사람. 그러나 이 모든 게 틀림없는 진실이라 해도 언젠가는 나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구나. 이 보잘 것 없고 별 볼일 없는 내가 마음속에 품은 것들을. 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별 것 아닐지도 몰라.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지만 별을 바라볼 때마다 늘 꿈꾸게 되지. 왜 우리는 하늘의 불꽃 가까이 다가설 수 없을까. 혹시 죽음이 우리를 별로 데려가는 것일까. 늙어서 편히 죽는다면 저기로 걸어갔을 거라며 스스로에게 말하곤 하지... 늦었으니 이만 누워야겠어. 잘 자렴. 행운을 빌게. 악수를 건네며.’

 

고흐가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 테오는 늘 형의 그림 재료비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고흐의 작품을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꿈같은 행운은 한 사람의 극진한 아낌과 사랑의 결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제 입장에서 보면 주변의 가족과 이웃 사람의 기도와 헌신으로 오늘까지 계속 꿈의 여정을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개척교회 7년을 빼고는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눈물과 아픔의 살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대숲을 지나갈 때마다 내 영혼은 천국의 정원을 거닐게 됩니다.

나는 어릴 적에 장티푸스를 앓고 난 후 겨우 몸을 일으켜 햇볕 머무는 담벼락에 기대어 먼 하늘을 보았을 때의 그 아스라한 느낌, 눈물이 핑 돌며 현기증으로 쓰러졌던 유년의 추억은 오래도록 내 그림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내 평생의 후원자였던 아버지, 내가 아파 누워 있으면 아버지는 그 큰 손으로 내 이마를 짚으시며 ‘귀돌아, 곧 좋아질거야’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여 마치 큰 산을 돌아오는 메아리 같이 내 가슴을 울먹이게 합니다. 그림 속에 아픔의 흔적들이 많아 상채기로 남아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온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부모님께 보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입니다.

형을 사랑하여 테오는 아들 이름을 빈센트라고 지었습니다. 나는 딸 이름을 예술을 사랑하고 진리를 행하라는 뜻으로 ‘예진’이라고 지었습니다. 홀로 시골생활을 해도 서울에 가족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가끔 전화를 걸어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으면 아내는 소녀 같은 목소리로 내 생활을 걱정하곤 합니다.

 

이곳에 와서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열 살 정도가 더 많아 보이는 농부들의 삶을 알아가면서 좀 더 깊이 있게 내면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홀로 사는 일은 영혼의 소리에 민감해야 합니다. 잘 살고 잘 먹는다고 인생이 풍요로운 것은 아닙니다.

내 생은 철두철미하게 타인에게 빚진 시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줌의 햇살, 한 줌의 쌀, 한 모금의 물. 이런 것들이야말로 신이 내린 축복입니다. 기도와 말씀 또한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주님이 부탁하신 것입니다. 꿈이 있다면 주님께서 계속 후원자를 보내주시어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글=박영 화백(홍대 미대 서양학과, 프랑스 유학, 크리스천정신문화연구원장)ㅣ뉴스파워 2021.05.26

/ 2022.09.1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