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인위적 온실가스의 배출량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이라고 선언했다. 탄소 저감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긴급한 과제가 되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나무의 기능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나무를 활용해 탄소 저감에 나선 곳을 찾았다. 나무가 숲이 되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효용을 6회에 걸쳐 살펴본다.
2015년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195개 당사국은 지구의 평균적인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더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도록 노력하는 파리협정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탄소 중립 과제에 발맞춰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 전략을 확정했다.
세부 전략은 숲을 늘리는 신규 조림 확대와, 목재 생산림을 중심으로 한 산림순환경영 활성화,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 강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산림경영활성화 관련해 최근 남성현 신임 산림청장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산림과 관련한 반지성주의를 타파하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산림은 자연인가 자원인가’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남 청장은 “자연이면서 자원이기도 하다”며 “지속가능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고 베고 가꾸는 순환산림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 개발을 환경 파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환경단체의 태도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신임 청장의 발언은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산림 자원을 적절히 개발하는 선진국형 산림경영관리를 추진하겠다는 산림청의 의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탄소 중립이 중요해진 우리 사회에 산림 경영이 중요한 의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기도 하지만 저장하면서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 벌채 후 가구, 종이, 위생용품, 건축구조물 등으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산림에 저장된 탄소를 목제품 안에 저장함으로써 탄소 저감에 도움을 준다. 수확된 목재에 저장된 탄소의 양은 건조된 목재 무게의 절반 정도다. 1㎥의 목재를 이용해 만든 제품을 사용하면 917㎏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산림에서 목제품을 통한 탄소 저감이 특히 필요한 시기는 임목 생장량이 감소할 때다. 임목의 연간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산림의 연간 탄소 흡수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임목을 수확해 어린 나무로 바꾸면 산림의 연간 탄소 흡수량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탄소 저장량이 손실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수확한 임목을 제대로 활용해 탄소 저장량 손실을 보전하는 전략이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된다.
목재는 건축 원자재 등으로 이용하면 더 오랫동안 목재 내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목재 자재는 콘크리트나 철재와 같이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배출집약적 원자재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탄소 배출을 간접적으로 줄이는 효과도 낸다. 실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목재가 철강의 1/350, 알루미늄의 1/1500 수준이다.
목재가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면서 목재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도 주목 받고 있다. 그중 한 곳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2006년 우리나라에선 처음 국제산림관리기구(FSC, Forest Stewardship Council)로부터 제주 시험림 2741㏊에 대한 산림경영 인증을 받았다. 또 2020년에는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산림인증위원회로부터 산림경영 인증을 받았다.
산림인증시스템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산림을 경영·관리하는지를 확인해 인증하는 제도다. 기후 변화 대응, 불법 목재 근절 등 국제사회 요구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확대와 임산물 투명 유통 체계 확립을 위해 도입했다. 산림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산림을 경영하고 가꾸는 활동에 대해 지역 주민과 산림과 관련된 여러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믿을 만하다는 평가를 객관적으로 보증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에 따라 수확된 목재는 일반 목재보다 1.5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팔린다. 친환경적인 방식에는 유전자 변경에 의한 묘목 사용 여부와 산불·병해충 등 재해에 대한 방제 매뉴얼 보유 여부, 벌채량의 적정성과 나무와 토양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벌채 및 운재 기술 적용 여부 등이 포함된다. 산림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영 목표 설정과 노력, 인증림 내 희귀·위협·멸종위기종에 대한 연구·조사를 통한 보호 조치, 근로자에 대한 대우도 주요 평가 기준이다.
연구소의 삼나무 인증목재의 생산 및 수확 이행 체계는 현실적인 산림산업 모델로 제시되며 인공림의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체계를 제시함으로써 수종별 맞춤형 산림소득원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해 912㎥의 삼나무와 편백을 벌채했다. 수종에 따라 35~50년 된 나무를 간벌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확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제주 시험림의 경우 국유림이기 때문에 산림경영 인증을 통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보다 공공의 편익 향상을 보장하면서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산림과 임업의 전략은 목재 이용을 늘리면서 임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산림은 일정 임령에 도달하면 생장이 느려지고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확한 임목을 목제품 형태로 가공해 탄소를 저장하는 한편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정임 기자ㅣ국민일보 2022.07.31
/ 2022.08.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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