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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미·중 능소화와 그들의 딸, 마담갈렌능소화

푸레택 2022. 8. 19. 11:45

[김민철의 꽃이야기] 미·중 능소화와 그들의 딸, 마담갈렌능소화 (daum.net)

 

[김민철의 꽃이야기] 미·중 능소화와 그들의 딸, 마담갈렌능소화

요즘 어딜 가나 능소화가 한창입니다. 벽이나 지지대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꽃이 있으면 능소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이지만 오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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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꽃이 연한 주황색이고 꽃받침은 연두색이다.

요즘 어딜 가나 능소화가 한창입니다. 벽이나 지지대 등 다른 물체를 타고 오르면서 나팔 모양 주황색 꽃을 피우는 꽃이 있으면 능소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이지만 오래 전부터 심고 가꾸어 우리 것이나 다름없는 꽃입니다. 능소화(凌霄花) 한자는 능가할 능(凌)에 하늘 소(霄), 꽃 화(花)여서 해석이 만만치 않지만 ‘하늘 높이 오르며 피는 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덩굴이 10여 미터 이상 감고 올라가 하늘을 온통 덮은 것처럼 핀다고 이 같은 이름이 생겼습니다. 담장이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도 괜찮지만, 고목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가 가장 능소화다운 것 같습니다.

고목을 타고 오르며 핀 능소화.

오래 심어 가꾸어온 온 능소화는 꽃이 등황색이고 꽃받침은 연두색입니다. 색깔이 연하면서 고운데다 꽃모양도 균형이 잘 잡혀 더 예쁜 것 같습니다. 또 꽃차례가 길게 늘어지면서 꽃이 피어 원추꽃차례를 이룹니다.

그런데 능소화를 많이 심으면서 기존 능소화와는 좀 다른 능소화들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꽃통이 훨씬 길쭉하고, 꽃이 진한 붉은색이고 꽃받침도 붉은색인 능소화도 보입니다. 이건 미국능소화입니다. 꽃이 가지 끝에 모여 달립니다. 낯설어 그런지 몰라도 꽃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데다 마치 값싼 붉은 립스틱을 잔뜩 바른 것 같아 예쁘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능소화에 대한 평가가 대개 그렇더군요. 그래서 기왕 심을 거면 미국능소화가 아닌 (우리) 능소화를 심으면 좋겠다는 주장을 여러 글에서 했습니다.

미국능소화. 꽃이 진한 붉은색이고 꽃받침까지 붉은색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최근 들어서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중간쯤인 능소화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꽃은 능소화보다 붉은색이 강하면서 꽃받침은 노란색에 가까운 능소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에 뭔지 몰라서 그냥 꽃이름을 얼버무리거나 능소화와 미국능소화 중 가까운 쪽으로 보곤 했는데, 최근 이 꽃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마담갈렌능소화.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교잡종으로, 꽃은 붉은색이고 꽃받침은 노란색에 가깝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나팔능소화 - 마담 게일런(Madame Galen)이다.

바로 능소화와 미국능소화의 교잡종이라는 겁니다. 그러고보니 꽃 크기도, 색깔도, 꽃받침도 딱 둘의 중간쯤입니다. 꽃이 가지 끝에 모여 달리는 것은 미국능소화를 닮았습니다. 이름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나팔능소화 ‘마담 게일런(Madame Galen)’>을 추천명으로 올려놓았는데, 너무 길어서 이렇게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서 ‘마담갈렌능소화’라는 이름을 달아주는데, 인터넷에서도 이 이름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1800년대 말에 이탈리아의 한 육묘업자 형제가 교잡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품종명을 왜 ‘마담 갈렌’으로 붙였는지 구글 등까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습니다. ‘모야모’에서 꽃이름을 가장 많이 달아주는 ‘아이리스’(닉네임)님은 “5~6년 전만해도 능소화 질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미국능소화, 마담갈렌능소화 질문이 절반 이상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능소화 종류 중에서 꽃이 연한 주황색이고 꽃받침이 연두색이면 그냥 능소화, 꽃이 진한 붉은색이고 꽃받침까지 붉은색이면 미국능소화, 꽃이 붉은색이고 꽃받침이 노란색이면 둘의 교잡종인 마담갈렌능소화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복잡하면 꽃받침 색깔만으로 구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미국과 중국 관계는 안좋은 정도를 넘어 험악할 정도입니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놓고 더욱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연에서는 (중국)능소화와 미국능소화가 결합해 딸(마담 갈렌이니 딸이겠죠)을 낳았고 그 딸은 부모 장점 위주로 닮아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미·중 관계가 좋아졌을 때 마담갈렌능소화를 양국 관계 상징의 하나로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민철ㅣ조선일보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