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꽃·나무 카페>진홍빛 그리움 토해 내는 '슬픈 연가', 능소화 (daum.net)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골목에 핀 능소화. 2021년 7월3일 촬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빌딩 벽을 10m 이상 타고 올라 간 능소화. 2019년 7월 18일 촬영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전통카페 앞 능소화. 2021년 6월30일 촬영
경남 사천 실안동의 한 고택 나무를 타고 올라 간 능소화. 2020년 7월11일 촬영
동백-목련꽃 계보 잊는 통꽃 바닥 떨구는 애절한 ‘눈물의 꽃’
담벼락타기 선수… 금등화 어사화 양반꽃 이름의 ‘명예의 상징’
장마철 여름 황토 담장 너머로 고운 손을 뻗쳐 진홍빛 그리움을 토해내는 꽃. 담벼락에 붙어 하늘까지 가닿을 듯한 까닭에 ‘능소(凌宵)’라고 했다.
능소화는 그리움의 꽃이다. 이해인 수녀는 시 ‘능소화 연가’에서 “바람이 부는 날 보고 싶어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가는” 꽃이라고 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이라고 능소화를 찬미하며 연가를 마무리한다.
능소화는 ‘눈물의 꽃’이다.
능소화는 3월의 붉디붉은 동백꽃, 4월의 새하얀 목련꽃 등 ‘통꽃을 바닥에 뚝 떨구는 처연함과 눈물의 꽃’ 계보를 여름까지 이어가는 꽃이다. 나태주 시인은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며 ‘애절한 슬픔의 꽃’으로 노래했다. ‘기생꽃’으로 불리는 꽃이 따로 있지만 혹자는 능소화를 기생꽃이란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화려한 자태로 요염함을 자랑하며 마지막까지 그 모습 그대로 통째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능소화는 ‘열반의 꽃’이기도 하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여름날, 온몸을 내던져 툭 툭 눈물로 떨어지는 능소화를 두고 한 비구니 스님은 ‘슬픔을 승화한 열반의 꽃’으로 승화시켰다. ”양반꽃이라 불리는 능소화가 장맛비 속에서도 화려한 빛을 내뿜는다. 다른 꽃들이 시들시들 제 색을 잃고 초라하게 지는 것과는 달리, 어느 날 ‘뚝’ 하고 떨어져 그 꽃이 그대로 생을 마감하고 마는 그 우아하고 처연한 모습에서 석가모니의 남김없는 열반을 보게된다.“(원택 스님 글 중에서)
능소화는 ‘궁녀의 상사병이 꽃으로 화(化)한’ 전설의 꽃이다.
능소화는 슬픈 사연의 전설이 있는 꽃이다. ‘소화’라 불린 한 궁녀가 구중궁궐 다른 궁녀들의 시기를 받아 죽은 뒤에 상사병이 꽃이 돼 죽어서도 임금의 모습과 발자국 소리를 그리워하며 담장 앞에서 귀를 쫑긋하는 듯한 애절한 전설은 화려하고 정열적 아름다움에 앞서 처연한 마음이 뭉개뭉개 피어나게 한다.
능소화는 ‘영광과 명예의 꽃’이기도 하다. 꽃말이 ‘명예’이다.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고, 평민의 집에서 능소화를 심고 가꾸면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았다 해 양반꽃 또는 금등화(金藤花), 어사화(御賜花)라고도 불렸다. 예전에는 아무나 심어놓고 즐길 수 있는 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중부 지방 이남의 절에서 많이 심었다고 한다.
능소화는 담벽타기 선수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고 길이가 10m에 달한다. 6월부터 8월까지 주황색 또는 황적색 나팔꽃 같은 원추형의 정열적인 꽃을 피워낸다. 여름철에 피어 낙엽이 진 겨울철에도 능소화의 줄기는 고풍스러운 멋을 낸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202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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