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꽃·나무 카페]산수국 : 화장품모델 닮은 '화장술' 귀재 (daum.net)
지난 9일 내린 단비를 흠뻑 맞은 산수국. 서울 용산 랜드마크 아모레퍼시픽본사 뜰 산수국이 흰색 분홍 파랑 연두색을 띠고 있다.
서울 한복판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뜰에 소담스럽고 청초한 산수유가 꽃사태를 이루고 있다.
산수국 개량형인 별수국. 가짜꽃(무성화) 끝이 뽀족하고, 겹꽃 형태로 삐져나와 았다. 화려한 색감으로 댄스파티 수국으로도 불린다. 서대문 돈의문박물관마을 인근 거리꽃집에서 촬영
색감이 화려한 빨간 별수국.
산수국 별수국은 안쪽의 진짜꽃(유성화)가 피기 전에 바깥쪽 가짜꽃(무성화)가 먼저 피어 곤충을 유혹한다. 덕수궁 돌담길 옆 거리 화분 촬영
용산 랜드마크 아모레퍼시픽 건물 뜰엔 산수국 꽃사태
청초·소담한 산수국 꽃 비결은 가짜꽃과 진짜꽃의 조화
꽃말 ‘변하기 쉬운 마음’…변화무쌍한 色, 화장술 탁월
‘화장품모델과 가장 어울리는 꽃’은?
서울 용산의 랜드마크인 아모레퍼시픽본사 근처로 가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국방부 후문에서 시작되는 이른바 국리단(국방부+경리단)길 끝자랄 화장품회사인 아모레퍼시픽본사 건물 뜨락에는 6월 중순 현재 산수국이 꽃사태를 이루고 있다.
산수국은 범의귀과 식물로 산(山·산에서 자란다) 수(水·물을 좋아한다) 국(菊·국화꽃처럼 풍성하다)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산과 물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피는 꽃이다. 장마철인 6∼7월 꽃이 피기 시작해 9∼10월 달걀 모양 열매가 익어간다. 가장 사랑받는 여름꽃 중 하나인 산수국은 소담스럽고 청초한 자태가 화장품모델로 적격이다.장마철을 전후로 탐스럽게 피어난 여름꽃 산수국은 궂은 날씨에 우울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산수국 꽃의 고운 자태 비결은, 바깥의 크고 탐스러운 가짜 꽃을 일컫는 무성화(無性花)에 있다. 암술도 수술도 없는 가짜 꽃은 벌과 나비 등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안쪽의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꽃들로 이뤄진 진짜 꽃(유성화·有性花)은 곤충을 유혹하기에 역부족이다. 진짜 꽃과 가짜 꽃의 절묘한 조화가 아름다움 비결이다. 가짜 꽃은 진짜 꽃이 수정되고 나면 가짜 꽃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초록색으로 변한다. 산수국은 ‘원조 수국’이다. 산수국의 가짜 꽃만으로 만든 원예종이 수국이다. 그래서 수국은 자체로는 열매를 맺고 번식할 수 없는 ‘불임(不妊)의 꽃’이다.
산수국은 ‘화장술’도 탁월한 꽃이다. 산수국 꽃말인 ‘변하기 쉬운 마음(變心)’은 자라는 땅에 따라 바뀌는 변화무쌍한 꽃 색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수국은 수국과 마찬가지로 산수국 꽃도 자라는 땅의 물이 산성이면 푸른 꽃, 염기성이면 붉은 꽃, 중성에서는 하얀 꽃을 피운다. 땅의 산도에 따라 다른 빛깔 꽃을 피우는 산수국은 ‘살아 있는 리트머스 종이’로 불린다. 제주도 저지대 오름에서부터 한라산 중턱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산골짜기 작은 숲에서나 볼 수 있던 산수국은 요즘 들어 꽃 색깔이 자주 변하는 특징이 강점이 돼 조경수로 애용되고, 드디어 서울의 중심 아모레퍼시픽 뜨락에 진출해 도시인의 사랑을 받기에 이르렀다.
산수국 꽃은 외양·색깔의 수려함 외에도 산수국 잎과 꽃 자체에 화장품 재료가 포함돼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해 산수국 재배 적지인 구재봉자연휴양림 내에 제주도에서 들여온 산수국 1만 5000본을 심고 산수국 단지 규모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산수국 잎에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물질인 하이드란게놀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에선 산수국 잎으로 만든 차를 많이 마시는데 설탕 없이도 잎 스스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기에 감로차(甘露茶)로 불린다. 산수국은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머리를 맑게 한다. 또 천연 게르마늄과 루틴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해 피를 맑게 하고 고혈압과 당뇨병에 효험이 있다. 산수국차는 천연 감미료와 향은 물론 질 좋은 섬유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특히 수험생과 건망증이 심한 사람, 우울하며 마음의 안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늘 마시면 좋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ㅣ문화일보 2022.06.12
/ 2022.07.29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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