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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여름에 아름다운 병산서원 배롱나무

푸레택 2022. 8. 1. 20:05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여름에 아름다운 병산서원 배롱나무 (daum.net)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여름에 아름다운 병산서원 배롱나무

배롱나무의 계절, 붉은 여름이다. 여름에 백일 넘게 붉은 꽃을 피워서 ‘백일홍나무’라고 부르다가 배롱나무라는 남다른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햇살 뜨거운 여름이면 가지 끝에서 고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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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

배롱나무의 계절, 붉은 여름이다. 여름에 백일 넘게 붉은 꽃을 피워서 ‘백일홍나무’라고 부르다가 배롱나무라는 남다른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햇살 뜨거운 여름이면 가지 끝에서 고깔 모양의 붉은 꽃차례를 피운다. 주름투성이의 꽃잎 6장 안쪽에 40개의 수술이 돋는데, 가장자리에 자리한 6개의 노란 수술이 유난히 길어서 아름답다. 대개는 붉은빛이지만, 흰색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어 따로 흰배롱나무라고 부른다.

중부지방에서도 키울 수는 있지만,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나무여서 월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남부지방에서는 정원수로 흔히 심어 키우는 나무다.

우리나라의 배롱나무를 대표할 만한 나무 가운데 하나로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를 꼽을 수 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을 배향한 안동 병산서원은 1978년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다.

서원 입구에서부터 붉게 꽃이 핀 여러 그루의 배롱나무를 만나게 되지만, 배롱나무의 장엄한 화려함을 느끼려면 서원의 중심 건물인 입교당 뒤란으로 돌아들어야 한다. 2003년에 보호수로 지정한 여섯 그루의 배롱나무다. 오래도록 정성껏 보살펴 모두 건강하다. 장판각 앞으로 두 그루, 존덕사와 전사청 앞에 또 두 그루, 그 곁에 작은 나무들까지 배롱나무가 줄을 지었다.

300년 전쯤 서원의 풍치를 돋우기 위해 심은 여섯 그루는 모두 높이 8m쯤까지 잘 자랐다. 크게 잘 자란 여러 그루의 배롱나무가 어울린 곳이 흔치 않아, 보존 가치가 높은 배롱나무 군락이라 할 수 있다.

유난히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배롱나무 줄기 표면에 얹힌 세월의 더께는 나무를 더 아름답게 한다. 굵은 나무줄기에는 뜻하지 않게 지어진 옹이도 있고, 더러는 찢겨 구멍 난 곳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자잘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하고 정열의 붉은 꽃을 피워 이 계절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2.07.26

/ 2022.08.0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