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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나팔꽃 같죠? 고구마꽃 보세요

푸레택 2022. 7. 20. 11:33

[김민철의 꽃이야기] 나팔꽃 같죠? 고구마꽃 보세요 (daum.net)

 

[김민철의 꽃이야기] 나팔꽃 같죠? 고구마꽃 보세요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마도 꽃이 피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구마도 현화식물이므로 꽃이 피고 씨가 맺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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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고구마도 꽃이 피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구마도 현화식물이므로 꽃이 피고 씨가 맺히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부쩍 늘었습니다.

고구마꽃은 하얀 꽃잎에다 가운데에 보라색을 띠고 있는 것이 제법 예쁩니다. 때로 7~8월에 꽃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나와 그 끝에 5~6송이씩 달립니다. 꽃부리가 깔때기 모양인 것이 나팔꽃과 비슷하지만 더 작고,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습니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참고).

고구마꽃. 나팔꽃과 같은 속이라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고구마꽃은 여간해선 피지 않습니다. 그래서 ‘100년에 한번 핀다’는 속설까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구마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입니다. 여기에다 고구마는 낮이 밤 길이보다 짧아야 꽃이 피는 단일성(短日性) 식물인데,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낮이 더 깁니다. 그리고 대개 추분 전에 고구마를 수확하니 꽃을 볼 일이 거의 없는 겁니다. 연구소에서 품종을 개량할 때 꽃이 필요한 경우 하루 8시간 정도만 햇볕을 쬐어주고 나머지 시간은 어둡게 하면 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에서 2017년 개발해 보급한 고구마 품종 ‘진율미’는 여름에 꽃이 잘 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국립식량과학원 정미남 연구관은 “밤고구마 품종인 진율미는 맛이 좋고 수확량도 많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고구마 재배의 10%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이 품종 재배가 늘어나면서 여기저기서 고구마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진율미는 끝순 일부 잎만 자색이고 나머지는 진한 녹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 연구관은 “아예 고구마꽃을 보기위해 개발한 모닝퍼플, 모닝화이트 품종도 있다”고 했습니다.

고구마 모닝퍼플 품종. 꽃을 보기위해 개발한 품종이다. /국립식량과학원

진율미 품종이 아니더라도, 고구마는 고온 지속이나 가뭄 등 환경이 좋지 않으면 꽃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고구마 수확 관점에서는 반갑지 않은 징조겠지죠. 더구나 식물이 꽃을 피워내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꽃을 피면 수확이 부실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고구마꽃을 보면 워낙 귀한 꽃이라 신기해하면서도 곧 꽃을 제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구마는 메꽃과에 속합니다. 그래서 꽃이 나팔꽃과 매우 가까운 친척(같은 Ipomoea속)이라 비슷한 형태입니다. 나팔꽃처럼 아침 일찍 피었다가 해가 떠오르면 시들기 때문에 고구마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속은 다르지만 메꽃도 같은 과에 속하니 인척 관계인 것은 분명합니다. 고구마의 먹는 부분은 뿌리인데, 메꽃도 뿌리줄기를 ‘메’라고 해서 예전에 캐서 먹었다고 합니다.

나팔꽃.

흔히 고구마와 감자는 형태가 비슷해 둘이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감자는 가지과여서 둘은 상당히 다릅니다. 저장기관도 고구마는 뿌리이지만 감자는 줄기입니다. 고구마는 표면에 너덜너덜 잔뿌리 흔적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자는 줄기이기 때문에 움푹 파인 부분에 눈을 달고 있습니다. 아래 감자꽃을 보면 고구마꽃과는 많이 다른 것을 직감적으로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감자꽃. 5~6월 흰색이나 옅은 보라색으로 핀다.

우리나라는 고구마꽃을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구마꽃이 잘 안 피는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구마꽃 개화 소식이 빈번해지는 것이 품종 영향도 있다지만, 기후온난화로 기온이 올랐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어서 귀한 고구마꽃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김민철ㅣ조선일보 2022.07.12

/ 2022.07.20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