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들꽃산책] 서울식물원 멸종위기의 브라질 국조 큰부리새 ‘투칸’?

푸레택 2022. 7. 9. 21:36

큰부리새 투칸 (사진 구글)
체험동물원 '주렁주렁'에서 투칸에게 먹이를 주는 외손주 (2022.03.24)
큰부리새 투칸 모형물, 서울식물원 열대관 (2022.07.09)
큰부리새 투칸 (사진 구글)

[들꽃산책] 서울식물원 멸종위기의 브라질 국조 큰부리새 투칸을 찾아서

큰부리새 toucan

몸 빛은 검은색이고 흰무늬가 있다. 부리는 굵고 노란색과 빨간색의 줄이 있다. 새알, 벌레, 과일 따위를 먹으며 열대지방의 산림에서 서식한다. 커다랗고 화려한 부리를 뽐내는 희귀새인 큰부리새 토코투칸은 사람과의 친화력이 강한 새다. 경계심도 없어 사람의 품으로 파고 들고, 쓰다듬어 주면 소리를 내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큰부리새 투칸은 브라질의 국조(國鳥)이기도 하다

/ 사진 촬영 서울식물원  2022.07.09(토)

알로카시아

■ 사는 일 / 류석우

쓸쓸함을 이기는 것은
쓸쓸함 뿐이다

눈물을 위로하는 것은
더 큰 눈물뿐이다

때로 슬픈 사랑은
슬픔을 껴안아 잠재우고
절망은 깊은 어둠에 묻혀야
깨어날 수 있다

사는 일이 다 그러지 아니하느냐
다 잃은 사람은
그 비움으로 생을 채운다

베고니아

■ 시원하게 / 이승하

내 한 생을 살면서
목 타는 누군가를 위해
물 한 모금 달라고 애걸하는 누군가를 위해
시원한 물의 시 못 보여준다면
밥 먹는 일이 무슨 의미 있는가
내 똥이 거름이 되지 않는데

칫솔 하나를 사 써도 포장은 쓰레기
칫솔도 몇 달 안으로 쓰레기가 된다
식물이 애써 만든 산소를
동물인 나 숨 쉬면서 이산화탄소로 만들었다
원유를 정제하여 만든 휘발유를
인간인 나 운전하면서 배기가스로 만들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아버지
"승하야 살짝 나가서 담배 좀 사오너라."
"아버지, 담배는 절대 안 된다고 하잖아요."
"마지막으로 한 대만 피우자."
"안 돼요. 그럼 또 중환자실로 옮겨야 돼요."
"딱 한 대만 피우자."

시원하게 한 번은 피우고 싶어서일까
이라크에서 죽어간 부상병
병원 침대에서 죽어가는 아버지
죽기 전에 들이마신 한 모금의 담배
그 담배 같은 시 한 편
쓰고 나서 나 시원하게 죽고 싶다

- 《생애를 낭송하다》 천년의 시작, 2019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 어머니 / 오세영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인도보리수

■ 만남 / 김재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통째로 그 사람의 생애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아픔과, 그가 가진 그리움과
남아 있는 상처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을 / 김재진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 사람을 아파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 사람의 생애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꽃 한 송이 필 때 우주가 함께 피듯
대양의 무게와 부피가
한 방울의 물,
한 조각 소금으로 늘어나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의 별, 하나의 지구가
사랑하는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아니하니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올리브나무

■ 못 / 윤호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 부끄러움 / 윤호

치통에 시달리시던 팔순 노모 앞니 두 개 마저 뽑으셨을 때보다 여고생 딸년 점심 도시락 먹다가 젓가락 깨물어 앞니 끄트머리 살짝 떨어져 나갔을 때에 제 마음 더욱 오지게 쓰리고 아팠습니다.


산세베리아

올리브나무
베고니아

■ 모든 것을 사랑하라 / 도스토옙스키

모든 잎사귀를 사랑하라
도든 동물과 풀들을 사랑하라
그 모든 것을 사랑하라
그대 앞에 떨어지는
한가닥 빗줄기조차도
그대가 모든 것을 사랑하면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도 보리라
그대가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본다면
날마다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리라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대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리라

파피루스
식충식물
식충식물, 네펜데스-베이트키

■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몬스테라

■ 내 삶의 신조 / 빈센트 반 고흐

나는 침묵하고 싶다
그러나 내 생각대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하고 사랑 받고
살고 생명을 주고
생명을 갱신하고 회복시키고
생명을 보존하고 싶다
그리고 일하고 싶다
생기 위에 활기를 더하고
다른 무엇보다 유익하고 유용한 사람
뭔가 도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테면 불을 지펴준다거나
어린이에게 빵 한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난 받는 이에게 물 한 잔 주는 것 말이다

안스리움
온실 열대관, 폐서프보드

■ 나무 되신 아버지 / 유영호

햇빛 가득한 거실 창가
흔들의자에 앉은 아버지는
군복에 총을 잡고 잠이 드셨다
몇 년 전 정신을 놓으시고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더니
언제부턴가 한국전쟁을 지휘하신다
아버지의 손톱을 깎아드렸다
기억은 오래 전에 토막이 나
거미줄로 흔들리는데
더 키워야 할 것이 남았는지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겨울나무처럼 무성했다
어설픈 솜씨로 머릴 자르고
면도를 해드리니 눈을 뜨셨다
거울을 보여 드리자
아이처럼 하얗게 웃으셨다
모든 것 다 내어주어
뼈만 남은 놀이터 은행나무처럼
아버지는 의자에 야윈 몸을 심으시고
스스로 나무가 되셨다
바람은 창밖으로 부서지는데
아버지, 내 안에서 흔들리신다

호두선인장

■ A/S해서 보내 주세요 / 이영춘

담배를 지독히도 끊지 못하는 내 아들을 두고
휴일이면 잠만 자는 내 아들을 두고
처갓집에 사근사근하지 못한 내 아들을 두고
목욕탕 가기 싫어하는 내 아들을 두고
어느 날 내 며느리가 하는 말,
“어머니,
어머니 아들 A/S 좀 해서 다시 보내주세요”라고 한다

‘A/S’란 말 혀끝에 매단 둥그런 낮달이
느물느물 웃고 있다
나도 낮달을 따라 허허 웃기만 하다가
‘반납’이란 말 들려오지 않는 것에 대해
덩실!
큰 햇덩이 하나 입속으로 얼른 삼킨다

스파티필룸

■ 흙을 향한 노래 - 산당화 / 차혜옥

구로공단에 취직한 딸이
기계에 손가락이 잘려
영등포 어느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전화를 받고
점례네 엄마는
마당에 쓰러져
어서 가야 하는데 어서 가야 하는데
정신 없이 중얼거리기만 해
용길이네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태워
버스길까지 데려다 줬는데
몇 발짝 사이로
한 시간에 한 번 읍내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길섶에 주저앉아
어쩔거나 어쩔거나 신음소리 내며
애꿎은 당신만 두 손으로 탕탕 치다
산당화가 되었습니다

알로카시아

■ 마지막 숙제 / 정선희

나는 숙제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만 없어지면 괜찮을 거야
아버지는 밑 빠진 독이었다
물 대신 돈이 새어나갔다
차라리 독을 깨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 구멍을 메꾸느라 어머니는 머리털이 다 빠지고
장남의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육개월 말기암 판정을 받은 비스듬한 항아리
나는 더 빨리 깨지기를 바랐고
그 항아리에는 아무것도 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며
처음으로 아버지께 진심을 전했다

그래도 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아버지가 가신 후
어머니는 안녕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이유도 없이 말라갔다

찰거머리 같은 인연

어둑한 방에 불을 켰다 다시 숙제를 해야 할 것 같다

- 《동서문학》 2021, 겨울

나무 아래서 나마스떼, 인도보리수

■ 아내의 남자 / 이석현 시인

연애시절 아내의 지갑을
몰래 훔쳐보았을 땐
은발의 리처드 기어가 있었고
결혼 전후 용모 단정했던
내 모습이 한참을
자리하나 싶었는데
이내 아들 돌 사진으로 바뀌었더군
허둥대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한참을 잊고 살다 어쩌다 열어보니
군대 간 작은 아들이 빡빡머리
군기 바짝 든 모습이 자리했다가
얼마 전부터 파마머리 개구쟁이
외손주 녀석을 넣고 다니며
다이아반지 생긴 듯 아내는
은근슬쩍 여기저기 자랑하더군
몇 년 주기로 바뀌는
아내의 지갑 속 남자들
누굴까 그 다음은

안스리움

■ 죽도록 / 이영광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바나나의 원조 야생 바나나, 시킴바나나

■ 우산 / 양광모 시인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꿈이란
우산천과 같고
계획은
우산살과 같고
자신감은
우산손잡이와 같다

용기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벌판을 홀로 지나가는 일이요
포기란
비에 젖는 것이 두려워 집안에 머무는 일이다

행운이란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서랍 속에서 우산을 발견하는 것이요
불운이란
우산을 펼치기도 전에 비가 쏟아지는 것이다

희망이란
거리에 나설 때쯤이면 비가 그칠 것이라고 믿는 것이요
절망이란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산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도전이란
2인용 우산을 만드는 일이요
역경이란
바람에 우산이 젖혀지는 일이고
지혜란
바람을 등지지 않고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쓸쓸함이란
내가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없는 것이요
외로움이란
나에게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없는 것이고
고독이란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는 것이다

그리움이란
비가 오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일이요
망각이란
비에 젖은 우산을 햇볕에 말려 창고에 보관하는 일이다

실수란
우산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잘못이란
우산을 잊어버리는 일이다

분노는
자동우산과 같고
인내란
수동우산과 같다

지식은

3단 우산과 같고
지혜는
2단 우산과 같으며
겸손은
장우산과 같다

부모란
아이의 우산이요
자녀는
부모의 양산이다

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여행을 위해서는
새로 산 우산이 필요하고
추억을 위해서는
오래 된 우산이 필요하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 시집 《작은 위로》 중에서

/ 2022.07.09 서울식물원 온실에서 촬영


https://youtu.be/VJrQLst_EVI

https://youtu.be/r-xzxT4c9OQ

https://youtu.be/tzOENvhQsEY

https://youtu.be/olqU0TozUAc

https://youtu.be/yFddD6Fer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