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동네한바퀴] (3) 열대 여행, 새콤달콤한 맛 석류가 익어가는 계절

푸레택 2022. 6. 26. 20:29

식물동행, 서울식물원 열대관
광택나는 잎, 불타는 마음의 꽃 안스리움, 홍학꽃
정열의 불꽃,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천남성과에 속하는 아메리카 원산 안스리움(Anrhurium)
지중해관엔 다산(多産)의 상징,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동네한바퀴] (3) 다산(多産)의 상징, 석류가 익어가는 계절

오늘은 산책 겸 꽃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식물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식물원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자주 찾는 곳이다. 서울식물원은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해 있으며 식물원과 공원을 결합하여 만든 이른바 도시형 보타닉 공원’(Botanic Park)이다. 특히 공원의 열린숲에는 2020~2022년 식재설계공모 우수작품 정원이 있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갖가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초여름은 수국의 계절이다. 산수국, 나무수국, 미국수국, 떡갈잎수국이 꽃을 피워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며 피는 꽃, 하늘바라기가 샛노란 꽃을 예쁘게 피워냈다. 높은 산에서 드물게 자라는 냉초도 우리 곁을 찾아와 자줏빛 꽃을 피워냈고, 북미 고향을 떠나와 우리 땅에 정착한 나비바늘꽃(Whirling Butterflies)도 빙글빙글 춤을 추며 나를 반겨준다. 흔히 가우라(Gaura)라고 부르는 나비바늘꽃의 꽃말은 섹시한 여인 또는 떠나간 이를 그리워함이다.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피는 꽃, 하늘바라기
하늘을 바라보고 피는 꽃, 북미가 고향인 하늘바라기
북미 고향을 떠나와 우리 땅에 정착한 나비바늘꽃
탐스러운 꽃송이 매단 미국수국 아나벨
커다란 눈뭉치 같은 하얀 무성화를 매단 미국수국

오늘 주제원의 하이라이트 꽃은 미국수국 아나벨이다. 커다란 눈뭉치 같은 탐스러운 무성화가 나뭇가지에 가득 달려 있다. 꽃이 귀한 여름에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요즈음 BTS급 최고 인기 정원수라고 한다.  미국 일리노이드주 Anna라는 지역에서 발견되어 미인이라는 뜻의 belle라는 단어를 붙여 Annabelle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온실 열대관의 백미(白眉)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다. 이 식물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자바섬이 원산지이며, 꽃이 화려해 정열의 불꽃이라 부른다. 온실을 환하게 밝혀주는 횟불처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횟불생강, 토치생강, 튤립생강이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이 꽃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근심걱정이 저절로 사라지고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이 꽃을 마음을 치유하는 이라고 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꽃,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어찌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만 마음을 치유하는 꽃이랴. 마음을 치유하지 않는 꽃이 어디 있을까. 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꽃에 취해 꽃 사진을 찍을 땐 세상 번뇌도 저만큼 물러간다. 마음이 울적한 날엔 숲길을 산책하며 산새소리 계곡물소리를 듣고 나무와 풀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큰 위안을 얻는다. 요즈음 우울증을 극복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반려식물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 느끼는 정서적 교감(交感)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익어가는 석류, 서울식물원 온실 지중해관에서 촬영

지중해관에 붉은 석류 하나가 익어가고 있다. 박상진 교수의 석류나무에 관한 글을 옮겨 본다. 석류나무는 이란 지방이 원산지이며,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석류나무 꽃의 아름다움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뭇 남성 속의 한 여인을 말할 때 쓰는 ‘홍일점’(紅一點)의 어원이다. 석류나무 열매가 익어 가는 과정은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차츰 커져가는 음낭의 크기와 그 모양이 닮아 있다. 열매의 이런 특징 때문에 석류 열매는 다산(多産)의 의미와 함께 음양(陰陽)의 상징이다. 옛날 귀부인들이 차고 다니던 향낭(香囊)은 음낭을 상징하는 석류나무 열매 모양으로 만들었다. 기독교에서는 석류나무가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로 묘사되기도 했으며, 포도와 함께 석류나무는 성서에도 여러 번 등장하며 솔로몬 왕은 석류나무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 《우리나무의 세계》 중에서

석류나무의 꽃과 열매, 사진 구글

석류나무의 열매인 석류는 예로부터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였다.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석류 열매를 반쪽씩 먹었다고 한다. 그만큼 석류는 여성 과일의 대명사다. 석류에는 여성호르몬과 흡사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 노화를 지연시켜 준다. 또한 석류에 함유된 안토시아닌과 탄닌은 항산화 성분이 있어 염증을 없애주고 암을 예방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연구에 따르면 석류 씨앗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뇌의 기억과 인지적 장애에 도움을 주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발기부전의 자연치료제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석류 씨앗에 음식 알레르기 증상이 있거나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석류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 - 《지식백과》 중에서

석류나무, 사진 위키백과

잠시 주춤했던 장맛비가 내일부터 며칠동안 계속 내린다고 한다. 노원구 쪽에 살 때는 장맛비가 그치면 수락산, 불암산에 올라 계곡물 넘쳐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곤 했었는데 그 즐거움을 잊은지 오래다. 녹음(綠陰)이 짙어가는 계절, 어제는 집에서 가까운 개화산을 찾았으니 이번 주말에는 조금 멀리 떨어진 인천을 대표하는 산인 계양산을 찾아나서야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언제나 전쟁의 두려움과 고달픈 삶의 우울감으로 가득하다. 속사랑 다 못준 어머니 같은 산은 언제나 날 부른다. 산이 날 부른다. 빈 마음으로 오라 한다. 산이 날 오라 한다. 산의 운치와 정적(靜寂)을 느끼라 한다. 영혼을 소생시키고 기쁨의 잔 넘치게 하라 한다.

·사진=김영택
/ 2022.06.26(일) 사진 촬영 서울식물원

아그배나무 열매도 익어간다. 서울식물원 2022.06.26 촬영
제주도 한라산이 고향인 솔비나무. 서울식물원 2022.06.26

산이 날 부르네 / 한여선 작사, 정영택 작곡

산이 날 부르네
귀에 익은 산새 소리로
나뭇잎 사이사이 헤쳐 나가는
명랑한 바람소리
산이 날 부르네

햇살 촉촉히 젖어있는
오솔길을 밟아
스스럼없이 오라 하네
속사랑 다 못준
어머니 같은 산이 날 부르네

산이 날 부르네
빈 마음만 오라네
새벽 범종 소리에 산새 눈뜨는
맑은 시냇물 소리
산이 날 부르네

햇살 촉촉히 젖어있는
오솔길을 밟아
스스럼없이 오라 하네
속사랑 다 못준
어머니 같은 산이 날 부르네

여름을 알리는 꽃, 비비추

https://youtu.be/2o6xgyVePSY

https://youtu.be/zMOv-P34GSY


온실을 환게 밝혀주는 횃불,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정열의 불꽃,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
하와이무궁화
야생바나나 시킴바나나, 서울식물원 2022.06.26

■ 바나나의 멸종 / 이기환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먹은 선악과로 누구나 사과를 떠올린다. 서기 400년 무렵의 불가타 성서는 선악과를 라틴어 ‘malum’으로 번역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사과를 뜻하는 ‘melon’의 파생어와 같다. 그래서 ‘선악과=사과’의 등식이 성립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라는 이견도 있다. 오래된 성경의 원본을 아무리 들춰봐도 사과라는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분류학자인 칼 폰 린네도 ‘선악과=바나나’설을 믿어 ‘낙원의 바나나(Musa paradisiaca)’라는 학명을 붙였다. 성서에 아담과 이브가 중요 부위를 가렸다는 ‘무화과 잎사귀’가 사실은 ‘바나나 잎사귀’였다는 설도 있다. 인도에서 바나나를 맛본 알렉산더 대왕 역시 무화과라 했으니 허언은 아닐 것이다. 에덴동산이 존재한 중동지역은 사과보다 바나나를 키우기에 적합한 풍토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논란은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바나나 재배의 역사가 7,000년을 넘겼다는 것과, 지금도 쌀과 감자보다 많은 수억 명의 인구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바나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1990년대부터 바나나 잎을 말려죽인 ‘파나마병’의 변종 곰팡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대생산지인 중남미까지 퍼진다면 끝장이다. 파나마병의 습격은 처음이 아니다. 1903년 파나마에서 발견된 이후 50여년 만에 ‘그로미셸’이라는 바나나 품종을 멸종시킨 바 있다. 1960년대 중반 극적으로 찾아낸 품종이 지금 먹고 있는 ‘캐번디시’ 바나나다. 껍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았던 그로미셸에 견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캐번디시 역시 파나마병의 변종곰팡이 습격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간은 원래 열매가 아닌 뿌리를 캐먹으려고 바나나를 재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씨 없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그로미셸과 캐번디시 같은 품종이다. 이 씨 없는 바나나를 꺾꽂이 방식으로 무한복제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똑같으니 다양성이 사라져 전염병에 휩쓸릴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바나나의 멸종위기를 또 한번 벗어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20년 안에 바나나가 멸종한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우리는 지금 마지막 바나나를 먹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기환 논설위원ㅣ경향신문 2016.04.20

출산의 고통, 출산의 기쁨 몬스테라
온실 열대관 연못 풍경
사라지는 꿀벌 Save the Bee and Save the World!
우리 꿀벌 지킴이 Save the Bee! by planting these!

■ 만약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 원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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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집 뒷마당에서 직접 양봉을 한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트렉터 기업의 수장으로서 구 회장이 누구보다 꿀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꿀벌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식물의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수분(受粉)'을 해준다. 원래 지구 식물의 65%는 꽃가루 수정을 해야 번식하는데 이런 식물들은 수술과 암술이 따로 존재해 둘이 스스로 만나 열매를 맺긴 불가능하다.

꿀벌의 존재감이 빛나는 건 이 대목이다. 꿀벌이 꽃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꿀벌 다리에 수술의 화분이 잔뜩 묻고, 이를 암술로 옮긴다. 그러니 꿀벌이 날아다녀야 비로소 식물이 번식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사과, 배, 참외, 호박 등 다양한 과일과 채소는 이렇게 꿀벌의 도움으로 열매가 열린다. 꿀벌이 멸종되면 지구 100대 재배 작물 중 무려 71%가 함께 사라진다.

2
양봉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주변 자연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우선 꽃을 피우는 식물부터 눈에 들어온다. 꿀벌을 키워야 하니 한 해에 어떤 나무와 어떤 식물들이 어느 순서로 꽃을 피우는지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느 해에도 똑같은 봄은 없고, 똑같은 여름은 없다. 삭막한 세상에서 꿀벌을 통해 자연의 모든 것과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꿀벌을 키우는 것은 인간이 대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으며, 생명의 번식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꿀벌을 소재로 한 미국 다큐멘터리 '모어 댄 허니'는 인간들이 꿀벌을 얼마나 탐욕스럽게 이용하는지 볼 수 있다. 그들은 꿀을 얻기 위해 양봉을 하는 것이 아니다. 꿀벌의 '수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일명 '수분 양봉'으로 돈을 번다. 미국의 거대 농장에 꽃이 필 때 꿀벌을 대량으로 풀어 수분을 최대한 많이 하게 해주고, 농장주에게 돈을 받는 식이다. 꿀을 채취하는 것보다 이 수분 양봉이 더 돈이 되니 꿀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사 당한다.

꿀벌 생물학자 위르겐 타우츠는 '벌꿀공장'에서 수분 양봉가들이 2월이 되면 대륙 4000km를 횡단해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로 꿀벌들을 트럭에 싣고 이동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세계 최대 아몬드 농장들이 즐비하다. 아몬드꽃이 필 때마다 미국의 꿀벌 군락 50% 이상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여기서 수분을 끝낸 꿀벌들은 3월에는 1000km 떨어진 북쪽의 워싱턴 사과농장으로, 5월에는 2000km 동쪽에 있는 유채밭과 해바라기밭으로 옮긴다. 7월에는 펜실베니아 호박밭에서 수분을 도운 뒤 8월에 플로리다로 돌아간다. 이렇게 1년에 꿀벌들이 강제 이동 당하는 거리만 1만2000km에 달한다. 더 많은 수분을 해야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꿀벌들은 이 기간에 강제로 분봉(한 꿀벌 집단을 2개 이상으로 나누는 것)을 당하는 등 비정상적 생활을 한다. 이런 꿀벌들의 30% 이상은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한 채 집단 폐사한다.

3
꿀벌의 세상에서 인간의 간섭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기후 위기와 살충제는 말할 것도 없고, 때론 휴대폰 중계소도 꿀벌에게 위협적이다. 자기장을 감지해 집을 찾아가는 꿀벌들을 교란시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끝내 죽게 만든다. 그래도 구 회장처럼 꿀벌의 소중함을 이해하며 '도시 양봉'을 하는 양봉가들이 우리 주변엔 의외로 많다. 종로구와 관악구, 광진구, 강동구 등은 공영 양봉장을 운영하며,어반비즈 같은 스타트업들은 건물 옥상에서 양봉을 한다.

양봉은 도심 생태계 복원의 바로미터다. 도시에 꿀벌이 많아야 꽃의 발화율도 높아지고 열매도 많이 맺는다. 이는 또 다른 곤충들과 새들을 부르며 도시 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한낱 꿀벌이 무슨 대수냐고 함부로 여겼다간 우리에게도 중국 쓰촨성의 마을들처럼 꿀벌이 모두 사라져 인간이 사과나무에 매달려 꽃가루를 묻혀줘야 하는 해괴한 장면이 벌어질 수 있다. 꿀벌이 건강해야 인간도 더 건강해진다.

원종태 에디터ㅣ머니투데이 2021.09.07

식물동행, 반려식물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올리브나무
바다로 세계를 여행하는 코코넛, 코코넛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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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만능 식물 호두선인장, 서울식물원 2022.06.26 촬영


https://youtu.be/wWrHbPHBBls

https://youtu.be/ENIXbDXJR3c

https://youtu.be/dpjzh5Re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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