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5G가 '오지(奧地)' 되지 않으려면 (daum.net)
데이터 속도 20배 빨라진 5G.. 아직 기술적·재정적 부담 매우 커
산·강·바다에서 서비스받기 어렵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짧아
핵심 가치는 '실시간 AI 서비스'.. 의료·스포츠중계·통역·창작 등
2015년 여름 중국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에 있는 대표적 통신 기업인 화웨이(Huawei)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연구원들은 또렷한 눈빛으로 강의 내내 집중했고, 질문도 적극적이고 날카로웠다. 화웨이 연구원들 책상 옆에는 야전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들은 쪽잠을 자면서 일했다. 화웨이 홍보 전시관 벽에 걸린 슬로건이 잊히지 않는다. ‘1밀리초(ms·1000분의 1초) 지연 시간(Latency·키워드) 목표’. 5G가 요구하는 반응 속도다. 화웨이는 이미 그때 5G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유·무선 인터넷망으로 빅데이터를 긁어모으고, 인공지능(AI)이 그 빅데이터를 학습해 컴퓨터가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과 판단력 그리고 미래 예측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자율 주행 자동차, 로봇, 드론 등 이동하는 사람과 물체에서 빅데이터를 최대한 수거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이것이 바로 5G 무선 통신 네트워크이다. 그래서 전 세계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 5G는 아주 비싼 기술이다
5G는 기존의 무선 통신 세대에 비해서 확실한 차별이 있다. 기본적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데이터 최대 전송 속도가 4G LTE의 1Gbps보다 20배나 빠른 20Gbps이다〈그림〉. 빅데이터를 단시간에 전송하려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고주파 대역인 28GHz 대역까지 주파수가 높아져야 한다. 또한 신호 전송 지연 시간을 4G 시대의 10밀리초 단위에서 10분의 1로 줄여 거의 눈 깜빡할 사이인 1밀리초에 무선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려 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시간 서비스를 창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5G에서는 고주파 전자파를 쓰기 때문에 전자파가 물체에 부딪혔을 때 발생하는 신호 손실이 증가한다. 그리고 전자파의 직진성이 높아져 전자파 음영 지역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더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기지국 셀 크기(전파가 닿는 범위)가 100m 정도 된다. 경우에 따라 건물 안, 실내 공간마다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산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5G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다수 사용자가 동시에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간적으로 전자파를 분할한다. 전자파 빔포밍(Beam Forming)이라는 기술로 부르며, 안테나를 2차원으로 배열하고, 특정 공간에만 전자파를 쏘아 줄 수 있다. 송수신기와 안테나 설계의 난이도도 계속 증가한다. 그래서 5G 통화 품질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5G 무선 송수신 반도체와 모뎀 반도체의 전력 소모가 증가해서 배터리 사용 시간에 압박을 가한다. 그 결과 단말기 가격도 높아진다. 전자파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자연이 선물한 귀중한 자원이지만 데이터 속도를 높이고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하는 기술적 재정적 부담이 매우 커진다. 결국 5G 인프라 투자 비용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 실시간 인공지능 서비스를 찾아라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투자 비용, 개발 비용, 사용자 요금을 감수해야 하지만 5G를 이용할 만한 서비스가 현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안경을 써야 하고, 어지러우며, 좁은 공간에서 활용하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정도밖에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는 아직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5G의 가장 중요한 수요는 고화질 TV 화질의 영상을 단말기에서 송수신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실시간 서비스를 구현하는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5G 핵심 가치는 '실시간 인공지능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학습은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스템에서 실시하고, 실시간 인공지능 판단은 단말기 주변의 에지 컴퓨터(Edge Computer·키워드)에서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다양한 창작 활동이나 경제활동 등을 바로 인공지능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대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류현진과 손흥민이 활약하는 스포츠 경기의 생중계를 아나운서 대신에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장을 찍으면 실시간으로 신문 기사를 작성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대통령 간 정상회담 장면도 바뀐다. 전문 통역사 대신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옆에 앉는다. 창작 활동도 도와준다. 5월 신록의 경치를 찍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 바로 작곡도 해 준다. 그 장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수필이나 문학 작품, 시도 바로 쓸 수 있다. 김소월의 작품 느낌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 백화점에서 상품을 찍으면 그 즉시 상품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최적 가격도 추천한다. 동시에 본인의 취향에 맞는지 판단해 준다. 그래픽을 이용해서 본인이 착용한 모습도 보여준다. 5G의 실시간 인공지능이 의사와 변호사를 대신할 수 있다.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시간과 장소에서 인공지능에 얼굴을 보여주면서 진료를 받는다. 실시간으로 상담을 하고, 응급 대처 방안을 알려준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위로도 해 줄 수 있다.
5G에서 기술과 인프라는 기본이다. 결국 이를 이용해서 인간을 이롭게 하거나, 자유를 주거나, 즐거움을 선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5G의 성패를 좌우한다.
☞ 지연 시간(Latency)
자극과 반응 사이의 시간이며 네트워크에서는 데이터를 보내고, 다시 되돌아올 때까지의 왕복에 걸리는 시간을 표현한다. 유·무선 통신 신호의 전달 시간, 데이터의 처리 시간, 데이터의 입출력 시간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주어진 거리에서 빛의 속도가 한계를 결정한다.
☞ 에지 컴퓨터(Edge Computer) 기술
분산된 개방형 컴퓨터 구조로서 단말기,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사물인터넷에 근접해서 컴퓨팅 기능을 제공한다. 대기 시간 없이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고, 데이터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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