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안부’ 김시천,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푸레택 2022. 5. 29. 19:40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면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건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시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 2022.05.29 옮겨 적음

https://youtu.be/e6Coj6izCLg

https://youtu.be/0xpYnOugVMo

https://youtu.be/IVqMLn8DNN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