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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갈증을 느끼고 해소하는 뇌의 메커니즘

푸레택 2022. 5. 27. 18:30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갈증을 느끼고 해소하는 뇌의 메커니즘 (daum.net)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갈증을 느끼고 해소하는 뇌의 메커니즘

[경향신문] 뇌를 논리력, 기억력 등 지능과 연결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에는 훨씬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잘 먹고 잘 마시는 일이다. 불완전성 원리를 발견한 괴델처럼 세기의 천재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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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논리력, 기억력 등 지능과 연결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에는 훨씬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잘 먹고 잘 마시는 일이다. 불완전성 원리를 발견한 괴델처럼 세기의 천재일지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실제로 괴델은 오랫동안 스스로 음식을 거부한 끝에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먹고 마시기는 단순하고 쉬운 일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로봇청소기를 생각해 보자. 로봇청소기는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충전장치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하지만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면 청소기가 방 한가운데서 꺼져 있는 경우가 있다. 충전장치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에 대한 예측과 청소기 안에 남아있는 에너지에 대한 진단이 부정확할 때, 혹은 에너지가 부족한데도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최신 로봇청소기도 가끔 실패하는 이 어려운 일을 우리는 능숙하게 해낸다. 늦은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고,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면 짜증이 나고, 짜증이 나면 적극적으로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게 된다. 대개는 어디선가 과자라도 찾아서 배고픔을 달랜다.

 

이처럼 배고픔과 목마름을 느끼고, 약간의 짜증까지 느끼며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우리는 로봇청소기처럼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 뇌는 어떻게 이처럼 대단한 일들을 해낼까? 배고픈 상황을 인지하기는 어쩌면 쉬울 것도 같다. 위장이 오랫동안 비어 있는 것을 탐지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갈증이라면 어떨까? 목이 마르다고 몸이 쪼그라드는 것도 아닐 텐데. 생쥐를 활용한 최근 연구에서 뇌가 어떻게 갈증을 느끼는지가 밝혀졌다.

 

갈증의 인식

 

생명 활동이 이뤄지려면 체액의 삼투압이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농도가 다른 두 액체 사이에 반투과성 막이 있으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용매가 이동하려는 압력이 생기는데 이를 삼투압이라고 한다. 배추에 소금을 뿌려두면 물이 빠지는 것은, 배추 세포 안쪽의 농도가 소금의 농도보다 낮아서 반투과성 막인 세포막을 통해 물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투압이 농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체액의 삼투압을 유지하려면 목이 마를 때 아무 액체나 마셔서는 안된다. 순수한 물처럼 체액보다 농도가 낮은 액체가 좋으며, 바닷물처럼 짠 물이나 콜라처럼 농도가 짙은 음료수는 오히려 갈증을 유발한다.

물을 마셔서 체액의 삼투압이 변하기까지는 수십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내장을 통해 흡수된 물이 온몸 구석구석을 도는 혈액의 삼투압을 바꾸고, 이를 뇌가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이 마를 때 어떤 액체든 마시는 즉시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왜 그럴까? 액체를 마시면 입안에서 액체의 부피감이 느껴지는데 이 정보가 뇌에 전해지면, 갈증을 신호하는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일단 약해지기 때문이다. 갈증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약해지면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서 물을 찾는 행동이 줄어든다.

마신 물은 식도를 거쳐서 위와 장으로 내려간다. 장에서는 삼투압을 측정할 수 있다. 이 신호가 미주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해지면 아까의 갈증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조절된다. 순수한 물처럼 삼투압 유지에 도움이 되면 갈증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계속 낮은 채로 유지되고, 짠 소금물처럼 높은 농도가 탐지되면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다시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뇌가 직접 혈액의 삼투압을 측정한다. 혈액의 삼투압이 정상화되면 갈증 신경세포들의 활동이 낮아진다.

 

갈증의 해소

 

갈증을 탐지하는 것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산에서 물병이 비었는데 목이 마른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래서인지 갈증의 탐지에는 시상하부 안쪽의 비교적 작은 영역이 관여하지만, 물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여러 영역에 흩어진 다수의 신경세포들이 협응한다. 생쥐를 활용한 다른 최근 연구 덕분에 이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선 무려 34개의 뇌 영역에서 2만4000여개 신경세포의 활동을 측정했다. 길이가 수㎜이고, 단면의 가로·세로가 수십㎛인 작고 가느다란 막대를 상상해보자. 이 막대의 표면엔 수백개의 작은 전기 센서가 타일처럼 부착돼 있다. 이 막대를 생쥐의 뇌에 꽂아넣으면, 막대가 통과하는 여러 뇌 영역에 있는 신경세포들의 전기적인 활동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방대한 연구는 측정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가능했다. 연구자들은 생쥐가 머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두고, 앞서 설명한 막대를 다른 위치에 여러 번 내림으로써 전보다 적은 숫자의 생쥐(21마리)만 가지고도 2만4000여개의 신경세포를 관측할 수 있었다. 자연과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도 그에 맞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는 기계학습 기법들이 활용됐다.

 

생쥐들은 목이 마르거나 마르지 않은 상태로 실험에 참가했다. 어떨 때는 A향기가, 어떨 때는 B향기가 제시되었는데, A향기가 나온 다음에는 눈앞의 튜브를 핥으면 높은 확률로 물을 마실 수 있고, B향기가 나온 다음에는 튜브를 핥아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생쥐들은 목이 마르지 않거나, B향기가 나오고 있을 때는 물을 얻으려고 튜브를 핥는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측정한 신경세포의 과반수가 갈증 여부, 향기의 종류, 핥는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 마시기처럼 단순한 문제의 해결에도 여러 영역에 흩어진 신경세포들의 협응이 필요한 것이다.

물을 마시는 대단한 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면서 잠을 깼을 것이다. 아침의 목마름에 대비해 잠들기 전에 자리끼를 준비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 한 잔 마시는 일에도 나름의 신비가 있다.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ㅣ경향신문 201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