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동기 부여의 기술 (daum.net)
‘동기’만큼 여러 사람을 안달하게 하는 것도 없다. 많은 이들이 수능, 다이어트, 승진과 같은 목표를 위해 자기에게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또한 자녀, 학생,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 하지만 동기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미묘한 방식으로 작동하기에 동기를 부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동기란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지나치게 큰 보상의 역효과
흔히들 금전적 보상은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모아 일을 잘하게 만들고 싶을 때는 종종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적당한 인센티브는 효과적이지만 지나치게 큰 인센티브는 역효과를 낸다고 한다. 지나치게 큰 보상이 압박감을 줘서 인지 자원의 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나치게 큰 인센티브의 역효과는 인지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에서 두드러진다. 듀크대 경제학과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자판을 누르는 것처럼 기계적인 업무와 간단한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인지 능력이 필요한 업무를 시켰다. 이때 같은 종류의 업무를 낮은 보상 수준과 대단히 큰 보상 수준에서 각각 한 번씩 수행하게 했다. 실험 결과 기계적인 업무에서는 높은 보상이 높은 성과로 이어지지만, 인지 능력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지나치게 큰 보상이 성과를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나치게 큰 보상은 오히려 압박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시험에서 긴장한 나머지 평소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 연구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센티브보다는 적당한 규모의 잦은 보상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포기의 지혜
동기에는 돈과 무관한 의미도 영향을 준다. 다른 실험에서 댄 애리얼리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레고와 설명서를 주고 조립하게 했다. 참가자가 조립을 마치면 2달러를 주고 한 번 더 하겠느냐고 의향을 물어보았다. 참가자가 응하면 다시 레고를 가져다 주되, 두 번째 작업을 마쳤을 때는 11센트가 줄어든 1.89센트를 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보상을 11센트씩 줄여가면서 참가자가 그만두겠다고 할 때까지 실험을 계속했다. 줄어드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조립을 여러 번 한 사람일수록 동기 부여가 더 많이 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실험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집단 1에서는 참가자가 조립한 레고들을 그대로 둔 채 다음 레고를 가져다 주었다. 반면 집단 2에서는 참가자가 조립을 하는 동안, 참가자가 이전에 만든 레고를 연구자가 옆에서 해체했다. 어느 집단이 조립을 더 많이 했을까? 첫 번째 집단은 평균 10.6개를 조립한 반면, 애써 만든 성과물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본 두 번째 집단은 평균 7.2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무의미한 일에 동기를 부여하기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물을 싫어하는 쥐를 물이 있는 통에 넣어두면 쥐는 처음에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책이 없음을 알게 된 뒤부터는 노력하기를 포기한다. 이렇게 더 이상 노력하기를 포기한 쥐들이 우울증의 원리와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한 동물 모델로 쓰인다. 노력해도 소용이 없을 때 더 이상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 포기하는 상황을 ‘우울’이라고 보는 셈이다.
노력과 성취의 동기 부여 효과
그렇다면 노력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저절로 동기가 부여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노력하고 성취하는 것 자체에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을 집단 1과 2로 나누었다. 집단 1의 참가자들에게는 종이로 학이나 개구리를 접을 기회가 주어졌다. 이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가격을 매기고, 이 가격이 컴퓨터가 무작위로 추출한 금액보다 크면, 금액을 지불하고 자기 작품을 가져갈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평균 23센트의 가격을 책정했다. 반면, 집단 2의 참가자들은 집단 1의 참가자들이 만든 작품의 가격만 책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평균 5센트의 가격을 책정했다. 이 실험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을 들여 만든 성과물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가치있게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애리얼리 교수는 종이접기 설명서의 일부분을 삭제해서 일부러 어렵게 만든 뒤 위 실험을 반복했다. 집단 1에 속하는 참가자들은 이전 실험의 집단 1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그 결과 포기하는 참가자들도 생겼다. 실험 결과,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했던 이번 실험의 집단 1은 이전 실험의 집단 1보다 자기 작품을 더 높이 평가했다. 단, 종이접기를 중간에 포기한 참가자들은 자기 작품의 가치를 대단히 낮게 평가했다. 이 결과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 성취한 대상일수록 애착을 가지지만, 아무리 노력했어도 중간에 포기한 대상은 하찮게 여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은 성공의 위력
우울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노력을 기울여 성취하는 대상도, 노력했기에 좋아하는 대상도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적다면, 그런 세상을 열심히 살아보려는 동기가 부여되기도 어렵다. 소개된 연구들은 노력해도 소용없거나 너무 쉬운 일보다는 적당한 도전이 필요한 일들, 끝까지 완수해낼 수 있는 일들을 자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려준다. 또한 어렵고 큰 일을 중간 난이도의 작은 일로 나누어서, 좋아하는 대상을 늘려가는 것이 동기 부여에 효과적임을 알려준다. 작은 성공들을 통해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진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살아볼 만하지 않겠나.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ㅣ경향신문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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