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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10)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푸레택 2022. 5. 21. 15:08

(10)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daum.net)

 

(10)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019년을 맞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20년이라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울 정도입니다. 지난해 가족들과 새해맞이 떡국을 끓여 먹은 지 엊그제 같은데 또 떡국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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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019년을 맞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20년이라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울 정도입니다. 지난해 가족들과 새해맞이 떡국을 끓여 먹은 지 엊그제 같은데 또 떡국을 먹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새해를 맞는 설렘보단 아쉬움이 앞섭니다. 크게 이룬 것도 없는데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20대엔 시속 20㎞, 30대엔 30㎞, 60대엔 60㎞로 달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제 과거를 돌아봐도 10대보다는 20대, 20대보단 30대가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땐 목이 빠지게 방학을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시간이 가지 않아 지루했던 기억도 납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잠깐 정신을 놓으면 시간이 한참 흘러가 있습니다. 부모님께 여쭤보면 40대, 50대는 더 빨리 지나간다고 하십니다. 이를 어쩌죠. 시간이 빨리 흘러갈 날들만 남았습니다. 정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낄까요? 과학자들은 시간 인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나이와 시간 속도 비례

시간 인식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1996년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심리학과 피터 멩건 교수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고 느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멩건 교수 연구팀은 19~24세 25명과 60~80세 15명을 대상으로 마음속으로 3분을 재보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19~24세의 젊은 실험참가자들이 인식한 3분은 평균 3분 3초였습니다. 비교적 3분이라는 시간을 정확하게 잰 셈입니다. 반면 60~80세 나이 든 실험참가자들이 인식한 3분은 평균 3분 40초였습니다. 나이 든 참가자의 경우 자기 생각보다 시간이 22% 더 빨리 흘러간 셈입니다. 성인이 되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어?”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과학적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인체 노화와 시간 속도 인식의 관련성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물질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행복이나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도파민의 분비량이 줄어들면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도파민은 분비량이 20대에 최고조에 달하고 이후 10년마다 5~10%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몸이 노화되면서 체내 호르몬이 줄어들어 시간의 흐름에 더욱 무뎌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흥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는 젊은이들과 달리 나이가 들어 일상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되면 도파민의 양이 감소합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한 소풍 같은 행사, 20대에 가슴 설레던 대학 생활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연애 등 하루가 설레고 즐거운 일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서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할 무렵부터는 단조로운 출·퇴근길을 비롯해 비슷한 형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늘어나면서 지루함을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삶이 단조로워질 때 시간이 더 빨리 흘러버린 것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2019년 초에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생물학적 이유가 한 가지 더 추가됐습니다. 미국 듀크대 기계공학 애드리안 베얀 교수는 신경망의 성숙도가 시간 속도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3월 18일 저널 〈유러피언 리뷰〉에 발표했습니다.

베얀 교수에 따르면 젊은 나이에는 살아가면서 받아들이는 다양한 이미지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신체가 노화되면 단시간 내에 많은 이미지를 처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같은 시간 동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저장하는 이미지의 수는 나이가 어린 사람과 비교해 더 적습니다. 베얀 교수는 자신이 인지한 이미지가 바뀔 때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는데, 감지한 이미지가 더 적은 어른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경험 많을수록 시간 느리게 생각해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습니다. 동네 입구에 있는 2차선 도로였는데 버스에서 내려 건너편으로 건너버리는 바람에 멈춰선 버스를 추월하던 트럭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트럭이 비껴가 목숨은 구했지만 당시 그 위기상황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버스 앞으로 뛰어가는 장면, 왼쪽에서 트럭이 달려오던 장면, 그때의 아찔한 느낌, 뛰어가던 나의 모습, 등 뒤에서 들려오던 엄마의 목소리, 트럭이 브레이크를 잡던 소리와 도로 위에 찍힌 바퀴 자국. 이 모든 것이 마치 영화 속에서 슬로모션으로 화면을 보여주듯 흘러갔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강렬한 경험 또는 위기 상황에 마치 슬로모션처럼 상황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죠. 실제 이 실험을 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미국 베일러대 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는 사람들이 강렬한 경험을 할 때 시간 속도를 어떻게 느끼는지 실험을 했습니다. 박사는 50m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면서 자신이 땅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추측해 보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은 실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2.17초)보다 더 긴 시간을 답했습니다(평균 3초).

이글먼 교수는 강렬한 자극에 의한 경험이 일상적인 경험보다 훨씬 촘촘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대해 더 많은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에 더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일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는 시간의 비율 이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5세 어린이에게는 지난 1년이 인생의 20%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지만 50세 중년에게는 단지 2%에 불과한 짧은 시간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5세 아이가 되돌아본 지난 한 해와 50세 중년이 되돌아본 지난 한 해는 심리적으로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자각하는 현상을 ‘시간 수축 효과’라고 합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에 아쉬움이 크다면 이런 방법을 써보시길 추천합니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한 일을 직접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기를 쓰거나 글쓰기를 해봐도 좋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 일을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한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나간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즐거운 삶을 살아내는 에너지가 생겨날 것입니다.

또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나는 등 낯선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떠올려보면 우리가 10대, 20대 젊은 시절에 그렇게 살았듯 말입니다. “젊게 살아야 건강하다”는 말이 이런 의미에서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0.01.08

/ 2022.05.2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