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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8) 원더키디 속 UPO 행성은 정말 있을까?

푸레택 2022. 5. 21. 14:56

(8)원더키디 속 UPO 행성은 정말 있을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daum.net)

 

(8)원더키디 속 UPO 행성은 정말 있을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 나른한 일요일 오후가 되면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배추도사 무도사〉, 〈영심이〉, 〈달려라 하니〉 같은 인기 만화를 본방 사수하기 위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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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한 장면 / 유튜브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 나른한 일요일 오후가 되면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배추도사 무도사〉, 〈영심이〉, 〈달려라 하니〉 같은 인기 만화를 본방 사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좀 무서운 만화가 나왔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였다. 당시 보통의 만화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는데 회색빛 도시, 어두운 외계행성, 아버지를 찾아 울부짖던 나이 어린 주인공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2020년이 되면 무시무시한 외계인에게 인간이 지배당할 수도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서워 TV를 보다 말고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벌써 만화 속 주 무대였던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화영화에서 예견한 2020년 미래의 모습은 현재 우리와 얼마만큼 닮았을까?

1989년 방영된 이 만화는 ‘아이캔’이라는 주인공이 외계행성 UPO를 탐사하러 떠난 아빠를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나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다. 당시 인류는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살 행성을 물색 중이었다. 아이캔이 도착한 외계행성 UPO는 미지의 지적 능력을 갖춘 기계들이 점령해버린 상태였다. 아이캔은 UPO 행성 원주민인 소녀 ‘예나’와 함께 아빠를 구출하고 이 과정에서 기계 로봇들과 대결을 벌인다. 1980년대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만들어진 만화영화였지만 줄거리가 꽤 탄탄했다. 국내에선 흥행하지 못했지만 외국에서 호평을 받았다.

원더키디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 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으로 황폐화된 2020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단지 만화 속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오늘날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지금의 지구도 기후변화와 쓰레기 증가, 무분별한 개발과 산림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를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인류가 고스란히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 같은 섬나라들은 아예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우리나라도 서해안의 경우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슈퍼태풍 등 이상 기상 현상이 잦아지고 폭설이나 홍수, 가뭄도 잦아질 전망이다.

만화 강국 일본에 수출된 수작

2015년 세계 각국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평균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협정을 맺었지만 미국이 이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지구의 기온 상승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기온 상승을 막으려는 조치를 서두르지 않으면 만화가 그려낸 우울한 지구 환경 모습을 우리가 곧 마주할 수도 있다.

주인공 아이캔이 떠나는 외계행성을 살펴보자. 원더키디 속 UPO와 같은 외계행성이 정말 있을까? 이제까지 인간이 발견한 외계행성은 4000개 이상이지만, 생명체가 사는 외계행성은 발견된 적이 없다. 외계행성은 탐사선이나 망원경을 우주로 띄워 보내 관측하는 방법과 지상에서 우주의 별을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 2가지가 있다. 후자의 방법으로 1995년 프랑스의 한 천문대에서 외계행성인 ‘페가수스자리 51b’를 관찰해낸 것은 천문학계의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 발견이 외계행성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페가수스자리 51b를 관측해낸 미셀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 박사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아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재도 우주에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탐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우주로 쏘아올린 외계행성 탐사 우주망원경 ‘TESS’도 순항 중이다. 2021년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사될 예정이다. 2028년에는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엘이라는 외계행성 대기 탐사용 우주망원경이 발사돼 외계행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탐사할 예정이다.

원더키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로봇 &lsquo;코보트&rsquo;와 주인공 &lsquo;아이캔&rsquo; / 유튜브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연구팀이 탐사에 나서고 있다. 천문연은 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 등 남반구 3개국에 초대형 모자이크 카메라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드넓은 우주에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아직 점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과학자들은 우주에 1조 개 이상의 외계행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겨우 4000여 개를 발견했으니 인간이 나아가야 할 미지의 우주는 아직도 넓은 셈이다.

원더키디의 아이캔 옆에는 아이캔을 돕는 로봇 ‘코보트’가 있다. 이 로봇은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가 되었다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로도 변신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고장나면 스스로 뚝딱뚝딱 수리할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트랜스포머 또는 변신로봇쯤 되는 것 같다. 오토바이가 비행기로도 변신한다면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비행기처럼 날 수 있는 자동차는 가능할까?

플라잉카 기술 실제 상용화는 아직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나와 있다. 플라잉카 개발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차량공유업체 우버다. 우버는 호주 멜버른에서 플라잉카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버는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 ‘벨 넥서스(Bell Nexus)’를 공개하기도 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변신이 가능한 플라잉카가 개발되고 있다. 에어로모빌이라는 업체가 만들고 있는 플라잉카는 겉모양이 경비행기와 비슷한데 날개를 접었다 펼 수 있다. 곤충이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비행기는 최대 2명이 탈 수 있다. 비행기 조종 면허와 자동차 운전면허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2020년부터 판매할 예정인데 대당 가격이 160만 달러(약 19억원)나 한다.

한국 정부도 2020년대 중반까지 플라잉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플라잉카가 실제 도로를 다니고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으려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플라잉카를 대상으로 한 법규 마련은 물론 교통 제도 또한 이에 걸맞게 변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그린 SF만화 또는 SF영화는 늘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 왔다. 원더키디 또한 1970~1980년대 태어난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원더키디 속 2020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그러나 기술 개발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개발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더 중요하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19.12.11

/ 2022.05.2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