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6) / 인천의 옛 모습 - 정경해의 ‘인천 43’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6) 인천의 옛 모습 - 정경해의 ‘인천 43’
인천 43-숭의동 / 정경해
1
장사래 마을 후예 꽃순이
진달래 치마폭 햇살 너울대던 봄날
꽃보다 예쁜 딸로 태어났다
진달래꽃 분홍 공주가 되어
밤마다 별빛 꿈 한 소쿠리 따서
꼬불꼬불 말간 개천에 띄워 보냈다
2
옐로하우스 꽃순이
밤이면 분홍 꽃등을 켠다
하룻밤 부나비를 기다린다
인천항 배 닻을 내리면
형형색색 불나방 꽃등에 뛰어들고
꽃순이 고단한 웃음 짙어간다.
3
꽃순이 사라지던 날
장사래 마을 기억도 지워졌다
너른 들녘에 쓰여 있던 참한 이야기와 함께
인천항 뱃고동 젖은 목 길게 빼고
숭의동 저 멀리
재개발 공설운동장, 화려한 몸짓을 퍼덕인다
―『미추홀 연가』(문학의전당, 2012)
<해설>
예전에는 큰 항구마다 홍등가가 있었다. 뱃사람들이 누적된 성욕을 해결하는 데라고 할 수 있을까, 돈으로 하룻밤 같이 잘 사람을 살 수 있었다. 장사래 마을에서 태어난 꽃순이는 “별빛 꿈 한 소쿠리”가 있었건만 하 수상했던 시절이 와서 그만 그 꿈을 “꼬불꼬불 말간 개천”에 띄워 보내게 된다. 가난이 원수였다.
꽃순이는 인천의 옐로우하우스에 가서 밤이면 분홍 꽃등을 켜고 “하룻밤 부나비”를 기다렸다. 그랬던 인천(옛 이름이 미추홀이다) 숭의동이 개발되어 공설운동장과 대형마트로 바뀌었다. 그 옛날 인천 숭의동으로 흘러들었던 꽃순이들은 숭의동 개발 이후 다 어디로 갔을까? 살아 있기나 할까?
인천사람 정경해의 시집『미추홀 연가』는 항구도시 인천의 역사에 대한 살뜰한 보고서다. 북성동, 송현동, 괭이부리마을, 만석동 성냥공장, 화평동, 소래염전, 소래포구, 월미도, 팔미도 등대, 화수부두, 배다리, 만수동 향촌지구의 옛 모습과 송도국제도시의 지금 모습을 그린 지리지가 바로『미추홀 연가』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뉴스페이퍼 2019.05.30
/ 2022.04.07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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