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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다른 의견'을 낼 때는 "테니스가 아니라 비치볼 게임" 처럼 (2022.03.24)

푸레택 2022. 3. 24. 11:41

[남산 딸깍발이] '다른 의견'을 낼 때는 "테니스가 아니라 비치볼 게임" 처럼 (daum.net)

 

[남산 딸깍발이] '다른 의견'을 낼 때는 "테니스가 아니라 비치볼 게임" 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된 첫 10년간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많이 할수록 더 친절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공공의 담론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는 이론이 인기를 얻었다. 과연 그러할까. 2020년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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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다른 의견'을 낼 때는 "테니스가 아니라 비치볼 게임" 처럼 

인터넷이 대중화된 첫 10년간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많이 할수록 더 친절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공공의 담론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는 이론이 인기를 얻었다. 과연 그러할까. 2020년대에 접어든 지금, 그러한 비전은 “지극히 순진해 보인다”고 ‘다른 의견’의 저자 이언 레슬리는 말한다. ‘연결’ 되기는 하지만 동료의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불화와 분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 역시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의견 충돌을 만들어내는 매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동의할 때보다 반대할 때 더 큰 동력을 얻기 마련이다. 인터넷 콘텐츠를 볼 때도 동의되는 의견에는 고개를 주억거릴 때가 많지만, 반대될 때는 강력한 댓글로 응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0년, 어느 데이터 사이언스 팀이 BBC 포럼의 사용자 행동(1만8000명이 남긴 약 250만건의 포스팅)을 연구한 결과 “긴 토론 타래를 이어가는 것은 부정적인 의견들이고, 가장 적극적인 사용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 사회는 불쾌한 의견 충돌이 쉽게, 자주 발생한다. 덜 듣고, 자주 말하면서, 더 자주 공격적이 되거나 공격받는 세상이 펼쳐졌다. 우리가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들이 이런 현상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탓만 할 수는 없다. 저자는 고맥락에서 저맥락으로의 변화를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는다. 암묵적 예의와 규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고맥락 사회에서 언어 그 자체를 바탕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저맥락 사회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두 사회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많은 의견 충돌을 만들어내느냐는 것이다. 과거 작은 마을공동체를 이뤘을 당시만 해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윙크하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졌다. 하지만 대도시화 되면서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인간미 없고 불안정하며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됐다. 항상 갈등의 소지를 품고 있는 것인데, 더 이상 싸우거나, 회피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새로운 대화법으로 갈등을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건 다른 의견, 그러니까 갈등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와 맥을 같이 한다. 저자는 개성 강한 인물들이 모여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면서도 해체하지 않고 오래 활동했던 록밴드 롤링스톤스와 자칫 인종 전쟁으로 번질 상황을 두고 적대적인 반대자와 협상을 벌인 만델라 사례를 소개하며 갈등을 다루는 대화법을 전한다. 과학자가 아니었음에도 비행기 발명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 대화의 방식도 다룬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면 만사가 순탄해 갈등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단순히 서로의 의견이 맞다고 우기기보다는 그 가운데서도 우세한 의견 혹은 인물에게 의존하려는 ‘집단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인데, 만일 그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면 실패를 거르기 어렵다.

공유 정보 편향도 문제다. 이건 서로를 너무 믿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상대방이 해당 주제에 관해 나보다 잘 알거라는 믿음으로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하지 않고, 의례적인 토론을 나누다보니 문제를 잡아내기 어렵다. 텀블러와 유사한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을 설립했다가 트위터에 인수된 스타트업의 CEO는 자신의 실패 원인을 “공동 창업자들이 한 번도 싸워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항공사는 그들의 특별한 조직문화로 ‘불만을 드러내는 방식’을 꼽는다. 그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예수님 앞으로 오라’라는 이름의 미팅을 열고 철저히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다른 의견’은 상대가 내 의견에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사고를 통해 나의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에 가깝다. 우리는 다양한 의견 사이에서 새롭고 더 나은 무언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을 무언가를 찾아내게 된다. 저자가 대화를 ‘무한 게임’이라 명명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승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계속 이어가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미셸 드 몽테뉴는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그 의견이 옳은지 그른지 들여다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우리의 팔을 뻗는 대신 발톱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반대 없이는 진보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저자는 “(반대를 위한 대화는) 상대편 네트로 공을 꽂아 넣는 테니스가 아니라 친구들이 함께 비치볼을 공중에 띄어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의견 | 이언 레슬리 지음 | 엄윤미 옮김 | 어크로스 | 1만6800원

글=서믿음 기자ㅣ아시아경제 2022.02.06


/ 2022.03.2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