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이명 - 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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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생기다 보면 별별 말이 다 찾아와 쏟아진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말에 말을 싣고 달리다 보면 멈출 줄 모르게 된다. 쉬는 순간도 없다. 기진맥진 마구 말 달리다 보면 그로 인해 상처 받고 쓰러지는 사람 허다하다.
남 말하기는 쉽고 자기 스스로를 반성하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고전에서도 “아무리 어리석은 자도 남을 보는 데는 현명하고, 아무리 현명한 자도 자신을 보는 데는 어두운 법이다”라고 했을까.
이런저런 말에 신경 쓰며 살다보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가 되고 만다.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조언이요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것도 윗사람이 하는 말이면 영락없이 휘둘리게 된다. 그때 만나는 스트레스는 가시가 되고도 남겠다.
내 뜻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 과거에는 일상이었다. 더구나 시집 와서 겪게 되는 일들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말을 들어야 했다. 참다 참다 귓속에 가득 찬 말들이 드디어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뒤늦은 이명이다.
낙엽 지는 소리도 아니고 바람에 구르는 나뭇잎 소리도 아니건만 무엇인가 쓸쓸하면서도 슬픈 이명, 삐-삐 경고음이 자꾸 아우성치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뛰쳐나오는 뾰족한 말들.
‘질그릇에 담은 하루’라는 첫 시집에 담긴 시에서 수 권 분량의 인생길을 겪어온 연륜을 짙게 맡아본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7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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