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그러니 애인아 - 김선우 (2022.03.06)

푸레택 2022. 3. 6. 08:39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그러니 애인아 - 김선우

 

www.dnews.co.kr

문학은 결국 사랑이야기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인생도 결국 사랑이야기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대저 사랑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사랑보다 더 감동스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사람 사는 데도 이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정으로만 쏟아내면 자칫 값싼 사랑타령이 될 수 있다. 똑같은 사랑이야기라도 비유가 그럴듯해야 감동이 배가 된다. 시인들은 새로운 사랑을 노래하기 위해 어떤 비유의 대상을 끌어들여야 할지 고심하다 못해 고뇌의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그러니 애인아’는 애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부르는 것이다. ‘애인아’라고 부르는 순간 금방 애인과 친근한 느낌이 들고 절절하게 당부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것도 사랑이라면 동서고금을 통해 손꼽히는 황진이를 불러내서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사랑에 관한한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 황진이라니. ‘황진이’하면 남 같은데 ‘진이’라고 부르는 순간 곁에 있는 사랑 모두가 ‘진이’ 같다. 사랑에 대해 일가견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사랑의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황진이를 통해 확인하려는 것뿐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에 밀밭이 있다. 그 밀밭을 흔드는 바람도 여러 갈래로 부는 것처럼 사람 마음도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사랑은 만나고 헤어지기도 한다. 마치 배가 떠나가듯 사랑도 떠나고 또 새로 찾아오기도 한다. 굳이 헤어진다고 울지 말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고 피할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랑과 처음 만나면 다 첫사랑이다.

젊은 객기로 시 쓴답시고 떠들고 다닐 때 ‘시울림’ 동인 활동을 하며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라는 동인지를 만든 기억도 아련해질 때 사랑시를 읽는다.

가만, 사랑도 사랑을 하면서 만들고 키워가는 것이다. 다만, 사랑 앞에서는 ‘진이’처럼 진실하기를, 사랑은 사랑이 원하는 것을 서로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럴 수 없을 때 사랑아,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