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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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시’ 자가 들어 있는 유일한 달이다. 당연 시가 생각나는 달이다. 그것도 가을이다. 가을도 깊어가는 때이다. 그것도 저녁이다. 가을 저녁은 환상적이다. 석양이 반쯤 산마루에 걸려 있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장면을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 반만 뜬 채로’로 의인화시킨다. 가을과 사람 이야기가 만나면 쓸쓸해진다. 그것도 석양이 지는 풍경 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뒷모습이다. 뒷모습은 더 쓸쓸하다. 그래서 나온 구절이 ‘이 저녁 /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이다.
가을에 만나는 사람 이야기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장마와 태풍, 뜨거운 폭염을 이겨내며 힘든 여름을 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을 저미는’ 외로움도 나오고 ‘물 같이 흘러간’ 나날도 나오고 ‘오직 한 사람’ 그 사람 이름을 ‘애 터지게’ 부르다 쓰러지는 것 같은 저 가을 저녁의 석양 지는 풍경을 한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모두 떠나가는 계절, 가을 앞에서 소멸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으켜 세워 찬찬히 들려줘야 하는 꼭 죽을 만한 사연이 어딘가 숨어 있을 것 같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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