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여자비 -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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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사람들 이야기를 인용한 작품이다. 먼 나라 이야기라서 그냥 스쳐 지나가듯 들을 수도 있지만 시인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공감대가 있어 시로 차용한 것이다. 순간 힘들게 살아가던 이 땅의 여자들 울음소리도 스쳐 지나가듯 들렸을 것이다.
과거엔 가난 때문에 우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 가난은 또 다른 슬픔까지 데리고 와서 눈물 마를 날이 없게 만들었다. 더구나 어머니라는 이름은 자식 배곯는 일에 더 처절하게 울 수밖에 없다. 자신은 굶어도 자식 입은 채워주던 그 행위는 모성이라는 말로도 다 채울 수 없다.
부자면 부자대로 속상할 일이 많아 울 일이 생기고, 자식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여기저기 눈물범벅이고 어찌 보면 울음은 여자들의 전유물 같은 세월이 있었다.
아직도 어느 구석진 곳에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자들이 있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요즘 여자들은 활기차고 적극적이며 자기 주관도 확실해서 당당하고 보기 좋다.
비는 하늘의 눈물인가. 하늘의 슬픔인가.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서 슬픈 비가 오지 않는가. 바쁜 세상이라서 비도 찾아올 시간이 없는가. 장마철이라는데 정작 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마른장마라는 말만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다.
하루종일 비 오는 날을 기다린다. 목마르고 타들어가는 한여름에 촉촉이 적셔줄 여자비를 기다린다. 더 이상 슬픈 비가 아니라 가뭄을 밀어낼 반갑고 당당하고 시원한 빗소리를 기다린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2022.03.0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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