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세상이야기] 4월의 비빔밥 - 박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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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 이야기가 어느새 100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새 4월은 또 저물고 있다. 그런 저런 이유 때문이라도 좋다. 살짝 입맛 없는 계절에 독자 여러분께 맛난 비빔밥이라도 한 그릇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햇살 한 줌, 새순 몇 잎, 한 큰술, 산목련 향 두 방울, 아기병아리 열 걸음…. 이렇게 숫자로 표시했지만 가만 보면 소박한 비빔밥이다. 햇살, 새순, 큰술, 산목련 향…. 다시 가만 따져보니 각기 다르지만 나름 다 맛있는 반찬들이다. 이 반찬을 따로 먹는 것이 아니라 한데 넣고 쓱쓱 비벼먹는 것이다.
남은 반찬 쓸어 넣고 비벼먹어도 맛있다. 서로 개성이 강한 반찬들도 일단 한그릇에서 비벼지면 하나의 맛으로 만들어져 도망간 입맛도 돌아오게 한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보리밥에 고추장, 열무김치만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맛이 그만이었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산다는 요즘에는 오히려 그런 맛 찾기가 어려워졌다. 아무래도 따로국밥처럼 따로 먹어서인가.
박남수 시인은 비빔밥에 마지막으로 사랑을 넣고 싶다고 한다. ‘수줍은’ 속에는 순수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 달라는 것이다. 아랫마을 순이는 사랑의 구체적 상징으로 봐도 좋겠다.
이런 비빔밥을 4월도 저무는 날에 먹고 싶다.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아니, 배짱 좀 크게 부려 온 국민과 같이 먹고 싶다고 해야겠다.
그간 날 세우고 혼란과 갈등과 싸움을 집어넣어 맛없이 비벼댄 비빔밥이 있었다면 이제 서로 위로해 주고 잘못이 있어도 사랑으로 감싸주며 입장 바꿔 생각도 해 보는…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을 듬뿍 넣어 맛있게 비빈 비빔밥 한 그릇씩 정겹게 나누고 싶다. 먹다보면 어느새 뚝딱 한 그릇 해치우고 웃음꽃까지 덤으로 피워 놓는다면 4월이 가고 이 짧은 봄날이 가는 것도 결코 아쉽지 않겠다.
배준석(시인)
/ 2022.03.0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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