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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사골, 제대로 알고 먹고 계십니까? (2022.03.05)

푸레택 2022. 3. 5. 15:31

[웰빙의 역설] 사골, 제대로 알고 먹고 계십니까? (daum.net)

 

[웰빙의 역설] 사골, 제대로 알고 먹고 계십니까?

병원 주변에 보면 설렁탕집이 많다. 설렁탕 국물을 24시간 쉬지 않고 우려낸다는 곳도 있고 ‘보약 한그릇 설렁탕’이라고 간판을 내건 곳도 있다. 명절 때면 사골국물에 떡을 넣어 떡국을 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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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사골, 제대로 알고 먹고 계십니까?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병원 주변에 보면 설렁탕집이 많다. 설렁탕 국물을 24시간 쉬지 않고 우려낸다는 곳도 있고 ‘보약 한그릇 설렁탕’이라고 간판을 내건 곳도 있다. 명절 때면 사골국물에 떡을 넣어 떡국을 끓여먹는 것이 별미였고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고 몸이 비실비실하면 사골을 우려서 며칠이고 두고서 먹이곤 한다. 심지어 요즘은 사골순대국도 있다.

사골은 버려진 뼈인 사골(死骨)인줄 알았더니 사골(四骨)이었다. 사골은 소의 다리 위쪽 뼈를 주재료로 한다. 이 뼈를 오래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그래서 설렁탕을 다른 말로 사골국이라 하는데 차라리 우골(牛骨)국이라 했으면 이해가 빨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병원 근처에 한 유명한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을 포장해 간 적이 있다. 하도 손님들이 포장을 많이 하다 보니 미리 포장을 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건네받은 포장된 사골국은 하얗게 묵처럼 생겼고 주인은 아주 진하게 고아진 것이니 잘 드시라고 말했다. 묵처럼 보였던 것은 잘 고아진 사골의 경우 바로 콜라겐 덩어리다. 콜라겐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소화흡수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이것이 다시 우리 몸에서 뼈관절만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사골국 성분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사골국에 들어 있는 기름성분을 포함한 칼로리는 100밀리리터(㎖)당 약 47kcal로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저지방 우유정도였고 콜라겐, 콘드로이친황산, 칼슘 등의 영양분이 골고루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사골을 끓이면서 식힌 후 중간 중간 굳어 있는 지방을 걷어내고 다시 끓이기를 반복한 결과였다.

1회 6시간을 기준으로 4번 이상 소뼈를 우리면 사골 속 인성분이 빠져나온다. 인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고 뼈 속 칼슘까지 빼내간다. 혈중에 인성분이 높아지면 칼슘 농도가 떨어지고 칼슘농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뼈 속 칼슘을 뽑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사골은 결국 뼈를 더욱 약하게 만든다는 논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18시간 이상 정성스레 우린 사골국이 뼈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골이영양증(뼈가 점차 얇아지고 약해져 쉽게 부러지고 통증이 동반되는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정성스러운 것은 좋지만 하루 종일 우려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때 설렁탕의 뽀얀 국물이 사실은 커피용 프림이나 우유를 넣었다는 언론의 지적으로 설렁탕집 주인들이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프림을 넣은 것은 그렇다 치고 우유를 넣은 것은 못 먹을 음식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고급 ‘타락(駝酪)’ 설렁탕을 만든 것이다. 뽀얀 색을 만들고 걸쭉함을 위해 우유를 사용한 것은 문제지만 말이다.

《동의보감》에는 ‘소젖으로 타락(駝酪)을 만들고 타락으로 졸인 젖(酥)을 만들며 졸인 젖으로 제호(醍醐)를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타락(駝酪)은 소젖(우유)의 다른 말로 알고 있는데 타락은 소젖과 동시에 소나 말, 양의 젖을 한번 끓인 것을 의미한다. 미음에 우유를 섞어 끓인 것을 타락죽(駝酪粥)이라 하는데, 당시에는 귀해서 아무나 먹을 수 없었고 임금에게 진상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국민드라마로 인기가 높았던 ‘대장금’에서는 장금이가 설렁탕에 타락(우유)넣었다는 이유로 쫓겨나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 장금이는 서민음식에 궁에서도 구하기 힘든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죄를 추궁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설렁탕을 만들 때 우유를 넣어서 끓이는 것은 맛과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전혀 문제가 없다.

사골국에는 칼슘보다는 지방과 같은 대량 영양소 비율이 높아 살만 찌우고 뼈를 약하게 하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먹이면 안 된다는 말이 이래서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사골국은 음식보약이라 여겨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의보감》에는 ‘동성상응 동기상구(同聲相應 同氣相求)’라는 말이 있다. 같은 주파수끼리 공명을 하듯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뼈는 뼈를 보하고 콜라겐이 풍부한 도가니는 무릎연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닭발은 계족탕(鷄足湯)에 들어가 관절을 치료하는 특효를 나타낸다. 역시 사골 또한 잘만 활용되면 우리의 뼈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식재료는 요리하는 방법이나 복용방법에 따라서 그 성분과 효능이 달라진다. 사골국은 뼈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골(思骨)국이어야지 뼈를 죽이는 사골(死骨)국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재료가 약이냐 독이냐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
경향신문 2013.03.13

/ 2022.03.0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