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걷고 또 걷고 기차를 타고

[조용준의 여행만리] 축제는 없어도 春心만은 너에게로 보낸다.. ‘구례 여정’ 어김없이 찾아왔다 온 세상 덮은 샛노랑, 여행만리 지면으로 만나는 산수유마을 봄꽃

푸레택 2022. 1. 31. 19:21

[조용준의 여행만리]축제는 없어도..春心만은 너에게로 보낸다 (daum.net)

 

[조용준의 여행만리]축제는 없어도..春心만은 너에게로 보낸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여행만리 지면으로 만나는 산수유마을 봄꽃 싱그러운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겨우내 무채색으로 움츠렸던 대자연이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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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남으로부터 북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도 남녘의 봄꽃들은 야속하게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꽃축제가 취소된 구례산수유마을의 봄풍경을 담았다.
 

[조용준의 여행만리] 축제는 없어도 春心만은 너에게로 보낸다

ㅣ‘구례 여정’ 어김없이 찾아왔다 온 세상 덮은 샛노랑, 여행만리 지면으로 만나는 산수유마을 봄꽃

싱그러운 봄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겨우내 무채색으로 움츠렸던 대자연이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 알록달록 고운 색깔로 치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얼어 있던 가슴속으로 꽃바람이 들어와 춘심(春心)으로 마구 들뜨게 합니다. 마침 섬진강을 따라 광양, 하동, 구례에 봄꽃들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구릉에도 강변에도 봄꽃들이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고색창연한 마을 돌담을 끼고 노란 물감을 뿌린 듯 번지는 산수유도 막 화려함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채색의 풍경에 지친 도회지 사람들에게 봄꽃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구례 산수유축제를 비롯해 봄축제들은 일찌감치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만리가 조심스럽게 비대면으로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지면을 통해 환하게 피어난 매화, 산수유를 마음껏 담아보시라는 뜻에서입니다. 백신접종도 시작되었기에 올 봄만 잘 보내면 내년엔 일상의 봄나들이가 가능해질거라 믿고 싶습니다. 그때 원 없이 콧바람, 꽃바람을 마셔보시길 바랍니다.

봄은 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봄은 어김없이 바다와 강과 산을 넘어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바람에선 영락없는 봄내음이 묻어났다. 섬진강은 봄을 싣고 흘렀고, 봉오리를 맺은 꽃은 향기로 피어났다. 구례의 봄풍경이 이랬다. 많은곳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할 수 없어 산수유가 피어난 산동마을과 쌍산재만 살짝 보고 왔다.


산수유는 구례를 대표하는 봄꽃이다. 지리산 만복대의 잔설이 채 녹기도 전에 콩알만큼 작고 샛노란 봉오리들이 꽃잎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3월 중순 무렵엔 산동면 일대 30여개의 마을이 온통 붓으로 노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산수유꽃이 만개한다. 때를 잘 맞춘다면 뒤늦게 핀 매화와 일찍 핀 섬진강변의 벚꽃도 볼 수 있다. 구례 계척마을엔 약 1천 년 전 심었다는 산수유시목이 있다. 중국 산동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갖고 와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구례에서 산수유를 가장 운치 있게 볼 수 있는 곳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축제가 열리던 산동면 상위마을 일대다. 마을의 정자인 산유정에 오르면 노랗게 물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부드러운 곡선의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 그리고 대숲과 산수유 군락이 영락없는 한 폭의 풍경화다.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만약 여행객이 없다면 뒷짐 지고 느릿느릿 산수유 꽃길을 걸어 볼만 하다. 1코스 꽃담길(3.6km), 소박한 마을 곁 사랑길과 산동면 조망이 가능한 풍경길(3.1km), 오래된 산수유나무를 볼 수 있는 달전마을 천년길(2.6km) 등이 있다.

산수유는 상위마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견두산 아래 계척마을과 현천마을에도 온통 노란 산수유꽃들이 꽃담을 두르고 있다. 특히 현천마을은 마을 입구에 자그마한 저수지가 있어 저수지를 둘러친 산수유꽃이 수면에 반영되는 운치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구례엔 산수유외에도 볼거리는 참 많다. 천년 고찰 화엄사를 비롯해 지리산 성삼재, 수락폭포, 운조루, 쌍산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쌍산재는 운조루와 함께 구례를 대표하는 한옥 고택이다. 300년쯤 된 건물과 전통정원(도지정 민간정원 5호)이 운치 있다. 쌍산재에 들기전 대문 오른쪽엔 당몰샘이란 우물이 있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지리산 산삼 썩은 물'이라고도 불린다. 가뭄에도 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며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천천히, 급할 것 없이 걸을 때라야 쌍산재의 진가가를 느낄 수 있다. 본채를 지나 대숲 너머엔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있다. 집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당채다. 가는 길부터 운치가 남다르다. 안채와 별채 사이의 돌계단을 지나면 대숲이 우거져 그늘이 좋다. 마루 위에는 쌍산재라 쓰인 현판이 선명하다. 서당채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밖으로 난 작은 문을 나서면 사도지라 불리는 저수지와 만난다. 맑은 날엔 물빛이 푸른색으로 빛난다고 한다.

◇ 여행메모

△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고속도로-장수익산고속도로-완주분기점에서 순천 남원방면-구례 화엄사IC를 나와 지리산온천 방향으로 한 13km정도 가면 된다.

구례=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시아경제 202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