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 주무르는 다리 / 강형철
노량진 지나 용산으로
그 한 많은 한강철교를 지나다 보면
온몸이 녹작지근해진다
아니 서서히 몸이 풀린다
챠드락 챠드락 나락 베는 소리와 함께
내 온몸의 뼈가 다시 맞춰지는 것이다
고향 텃밭에서 찾은 명아주와
학교 가던 산길에서 찾았던 산딸기 추억들이
다시 원경으로 사라지고
간판과 간판 사이 차와 차 사이
숨 가쁘게 달려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
서로에게 적용되는 엄격하고 차가운 경쟁
이른바 자본주의 체제로 내 온몸은 재조정된다
간혹 졸면서 한강철교를 넘어도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계단 앞에 서면
이미 자동으로 조정된 내 뼈는 늠름하다
만민의 만민을 향한
끊없는 투쟁 그 가련한 아수라 속으로
정밀하게 조정되어
우두둑 우두둑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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