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늙고 병든 중에 - 김우규(金友奎)
늙고 病든 中에 家貧하니 벗이 없다
豪華로 다닐 제는 올 이 갈 이 하도할사
이제는 三尺 靑藜杖이 知己런가 하노라
[뜻풀이]
*병(病)든 중(中)에: 병이 든 가운데.
*가빈(家貧)하니: 집안이 가난하니.
*호화(豪華)로: 호화롭게. 이전에 벼슬이 높았거나 재물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다닐 제는: 다닐 때에는. 제(際)는 ‘때’의 뜻으로, 적(適)과 같은 뜻이다.
*올 이 갈 이: 올 사람과 갈 사람. 곧 왕래하며 드나드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도할사: ‘많기도 많구나! ‘하도’는 어찌나 많은 지의 옛말. ‘~ㄹ사’는 ‘~도다, ~네, ~구나’의 옛말이다.
*삼척(三尺) 청려장(靑藜杖): 석 자 길이의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지기(知己)런가: 친구 이런가? ‘~런가’는 하게할 자리에 쓰여, ‘~던가’의 뜻으로 예스럽게 사용하는 종결 어미. 주로 옛 말투의 시문(詩文)에 쓰인다.
[풀이]
몸이 병든 가운데 집안이 가난하니 벗들도 없구나! 이전에 내가 호화롭게 살던 시절에는 오가는 이들이 어찌나 많았던가? 병들고 가난한 지금에는 석자 길이의 명아주 지팡이만이 나를 알아주는 벗이로구나!
[지은이]
김우규(金友奎: 1691~?): 해동가요를 찬(撰)한 김수장(金壽長)과 교분이 두터웠으며, 또한 같은 연배였다고 한다. 자(字)를 성백(聖伯)이라 하였는데, 가곡(歌曲)을 박상건(朴尙健)에게서 배웠으며, 불과 1년만에 스승을 뒤따를 정도였으며, 수식(修飾)하는 재능이 뛰어나서 명창(名唱)으로 꼽혔다고 한다.
[참고]
예나 지금이나 부귀하면 모여들고 빈천하면 떠나가는 인정(人情)은 한가지인가 보다. 작자는 이전에는 호화롭게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경우는 제나라의 맹상군을 떠올리게 한다. 맹상군이 몰락 하자, 3천명의 식객들은 모두 떠났다. 맹상군이 그들을 원망하자, 풍환이란 사람이 말했다. "아침이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앞다투어 시장(市場)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시장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날이저물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시장에 없기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시장이란 흥청거리는 장소로 작자가 한 때, 화화롭게 살던 때에는 시장처럼 사람들이 흥청망청 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제 벗들이나 왕래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작자 자신이 병들고 가난해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서글픈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오직 석자의 명아주 지팡이 하나뿐인 것이라고 자탄하고 있는 것이다.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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