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일기] 그리운 전우들과 군대 추억록 (2013.01.24)

푸레택 2021. 12. 19. 13:09

● 다시 꺼내 읽어보는 추억일기(2013.1.24)

[추억일기] 강원도 양구에서 보낸 3년 세월, 고되고 서럽던 군대 시절의 흔적들

군대 추억록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스무 살 청춘을 함께 했던

그리운 얼굴, 보고 싶은 전우들!!!

젊은 날의 추억들 한갓 헛된 꿈이랴...

잊고 살아온 날들의 그리움!!!

 

강원도 양구 대암산 833포병대대 군수과 사무실 앞 꽃밭에는 올해도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어났을까?

◇ 833포병 그리운 전우, 보고싶은 전우!

전역 35년 만에 쓰는 군대시절 단상

30여년 전,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리던 강원도 양구군 동면 원당리 대암산 골짜기 833포병대대에서 을씨년스런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1978년 3월 어느날, 홀연히 부대를 떠나온지 어느덧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본부포대 군수과 사무실에서 대암산 통신보안 외치며 서류 속에 파묻혀 지내던 서무계 김 병장,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덧 세월의 흐름에 밀려 지천명(知天命)도 지나고 이제 막 이순(耳順)의 인생 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이제서야 뒤를 돌아보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솟구치는 그리움 되어 가슴을 파고듭니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깔리는 시골길을 걸을 때면,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이면 문득문득 보고 싶어지는 그 시절 전우들, 대암산 골짜기 833포병대대 한 울타리에서 함께 잠자고 함께 부대 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우리의 젊디 젊은 청춘 시절의 전우들! 지금은 모두들 어느 하늘 아래에서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도 나처럼 가끔은 군 시절의 추억에 잠기고 있을까? 이제는 모두 쉰을 훌쩍 넘긴 중년의 신사들이 되어 있을 그 전우들. 그래도 나의 기억 속에는 그 젊디 젊은 전우들의 모습만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말년 병장 시절 추억을 남기다
코스모스 피어난 꽃밭에서... 서무계 김영택 일병(나), 공병계 정상배 병장, 이사종계 김대규 하사

힘들고 서럽던 시절 서로가 힘이 되어 주었던 전우들이 있어 괴롭고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딜수 있었고, 때론 웃고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군가 말했다지요. '추억은 추억 속에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래도 그 때 그 젊음의 세월을 함께 보낸, 아픔과 고뇌를 함께 나누었던 전우들이 그리워지고 한 번쯤은 만나 지나간 추억의 파편들을 나누고픈 마음은 또 어인 일인가요?

내가 근무했던 병영 본부포대 군수과 사무실 앞뜰엔 누가 심었는지 가을이면 어김없이 코스모스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고향 그리움 가득 안고 피어난 코스모스 꽃을 배경으로 찍은 옛 사진들은 아직도 젊음 그대로인데 우리의 겉모습은 세월의 흐름 속에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머리는 희어져 갑니다. 마음은 아직도 그 젊음 그대로이건만... 가끔씩 지나간 일들을 회억하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젊음의 날들. 봄이 오면 눈 녹은 대암산 산골짝은 온통 분홍빛 진달래 꽃동산. 대암산에 사역 나간 어느 병사는 순박한 소년이 되어 진달래꽃 한아름 꺾어 가슴에 품고 내려왔지요. 가을이 오면 대암산은 또다시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었고 어느 병사는 그리움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향생각에 젖어들곤 했지요.

 

알파포대 출신 어느 전우가 전우회 카페에 올린 사진 (833포병대대전우회 제공)
본부포대 사무실 앞에서... 군수과 서무계 김영택(나), 병기과 병기계 박수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까맣게 익은 오디 열매 주렁주렁 매단 취사장 가는 길 산뽕나무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까? 겨울이면 두꺼운 얼음을 깨고 식판을 씻던 본부포대 취사장 앞 냇물은 아직도 졸졸졸 잘 흘러가고 있을까? 부대 내 논에는 올해도 벼가 누렇게 잘 익어가고 있을까? 여름이면 우르르 몰려가 땀에 젖은 군복 훌렁 벗어던지고 알몸을 풍덩 담그었던 브라보포대 아래 큰 개울물은 여전히 잘 흘러가고 있을까? 빗자루 만들 싸리나무 꺾어오던 대암산 기슭 언덕길도 변함없이 잘 있을까? 밤새 쌓인 함박눈을 어느 병사가 새벽같이 일어나 치우고 있을까? 본부포대 뒤 허름한 쪽문은 그대로 있을까? 제대 전날 전우들과 함께 쪽문 너머 언덕길 내려가 희미한 호롱불 아래 막걸리 나눠 마시며 석별의 정 나누었던 무수막 그 작은 초가선술집은 아직 거기 그대로 있을까? 전우들의 소리없는 울음소리 남아있을까?

이렇게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날이면 더욱 치솟는 그리움! 지금이라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 때 그 전우들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지금이라도 내무반에 들어서면 그 때 그 전우들 웃음소리 들릴 것만 같은, 지나고 나니 그 때 그 아픔과 고통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리움만 소복소복 쌓여갑니다. 힘들고 서럽던 순간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고 솟구치는 그리움이 되어 찾아옵니다.

 

군수과 과원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위문품을 나눠먹으며... 이사종계 김용원, 일종계 박춘구, 부식계 안하영, 서무계 김영택(나), 공병계 남상소 (1977년 12월)

전역 후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하루하루 지친 삶 속에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추억들이, 젊음과 청춘의 그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한 그 때 그 전우들이 어느날 문득 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전우들이여, 우리 한번쯤은 만나서 우리의 젊음을 두고온 833포병대대에서의 그 서럽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이야기하자! 우리 그토록 싱그러웠던 스무살 남짓 청춘의 시절, 그 젊음의 촉감을 느껴보자! 힘들고 괴로웠던 날이었다고 그냥 묻어버리고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우리의 스무살 남짓 청춘 시절 길고긴 삼년 세월이 아니겠습니까?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서야 떠나올 수 있었던 대암산, 그곳에 남겨놓은 젊음. 뒤를 돌아보니 외롭고 서러웠던 그때 발자욱들. 문득문득 생각나는 추억의 조각들. 이제는 그리움 가득 안고 살아가는 세월. 그리움은 곧 기다림이다’라는 말처럼 언젠가는 그리움이 촉감으로 이어지리라 믿으며 빛바랜 사진 속 시절을 추억해 봅니다. 삼십 오년 세월의 간극을 넘어 그곳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전우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어디에선가 잘들 살아가고 계시지요? 어느날 기적처럼 만날 날 오기를, 꿈을 꾸듯 추억여행 떠날 수 있기를,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글=833포병 군수과 서무계로 복무하고, 78년 전역한 김영택 씀 (2013년 1월 24일)

[추록]

이 글을 쓴 이후 군수과장님과 선임하사님을 비롯하여 그 시절 833포병대대에서 함께 군복무했던 많은 전우들과 연락이 되었고, 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옛 부대를 창설기념 부대개방행사 때 두 차례(2017, 2018년) 전우들과 함께 방문하였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이동하여 꿈인 듯 생시인 듯 기쁨과 설렘으로 옛 추억의 조각들을 촉감으로 아니 온몸으로 만지고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는 옛 선인의 말을 실감했지만, 간절한 그리움이 눈 앞의 현실이 되는 기적을 체험했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인생 명언입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 했던가요.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님의 침묵) 모든 것은 변하고 흘러갑니다. 살아가는 모습도 서로 다릅니다. 그렇지만 젊음의 시절 어려움 속에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삶의 가치관을 서로 존중해 주면 새 이웃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833포병대대의 '작은 거인', 바둑을 잘 두었던 대학교 후배인 측지과 김준과 함께...

● 그 때 / 정맹규

젊은 시절 그 때
청춘이라 말하기도 하고
철없던 시절이라 말하기도 했던 때
날짜 지난 버려진 신문지처럼
참 할 일 없이 살기도 했지

대박같은 행운의 인생 선물받고
잘 견디며 여기까지 왔건만
날개 잘려나간 지금
청춘이라 불려졌던 그날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으랴

몸은 세월따라 끌려만 가는데
생각은 자꾸 뒤로 밀리는 슬픔
버려진 신문지 신세 같아도
그때를 추억하면 웃음꽃 피네

 

측지과 김준, 군수과 김영택(나), 병기과 송성한 (1978년)
전역 전날 후문너머 막걸리 선술집 호롱불 아래서 석별의 정 나누며 전역을 축하해 주었던 전우들, 형제보다 더 애틋했던 전우들, 본부 취사병 이건우, 강재수
서무계들 집합! 통신과 허규, 본부 송근부, 인사과 최창경, 군수과 김영택(나), 인사과 경리계 박영근
앞줄: 수송부 김창근, 군수과 김영택(나), 본부 강재수
군수과 서무계의 애환.. 교환원을 통한 전화 통화, 공문 서류에 묻혀 지낸 시절, 그래도 전역을 하고 세월이 흐르니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아 아른거린다.
본부포대 일병 김영택! 군기 바짝든 일병 때 포대별 대항 대암퀴즈대회에 참가하여... 김대규 하사님과 함께 본부포대 대표로 참가하여 우승!
진달래 피어나는 팔삼삼의 봄, 이등병 시절... 왼쪽에 본부 내무반, 뒷쪽에 군수과 일종 이사종 창고가 보입니다.
졸병 시절 파로호에 대대전술훈련(ATT) 나가서... 병기과 서무계 이원경 일병과 함께
함박눈 내려쌓인 대암산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내무반 앞에서 넉가래로 눈을 치우며...
함박눈 내려쌓인 어느 겨울날, 대암산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사무실 앞에서...
동병상련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 수송부 서무계 김창근과 함께, 꽁꽁 얼어붙은 부대내 개울가에서... (1976년)
졸병 시절, 파로호에 부대전술훈련 나가서... (1976년)
졸병 시절, 파로호에 대대전술훈련 나가서... 군수과 김한수 상병, 정상배 병장, 김영택 일병(나), 김대규 하사, 이성교 하사
군수과 부식계 최규익 병장 전역을 축하하며.. 남상소, 신현탁 군수과장님, 최규익(전역병), 박남종 선임하사님, 김영택(나), 김대규 하사
뱡기과 박정석 병장 전역일에... 앞줄 군수과 김영택(나), 병기과 박수천, 송성한, 김채옥
내무반... 행정반 유혜남, 소송부 함영남(?)
833포병대대 랜드마크 '내가 소중하듯 너 또한 소중하다. 그러나 나라는 더욱더 소중하다.' 군수과 이성교 하사
833포병대대의 자랑스런 수송부 전우들... (1977)
본부포대 수송부 김은태, 수송관님, 박형규, 김창근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행정반 유혜남, 김태준, 김봉길
본부포대 수송부 전우들
본부포대 수송부 전우들
본부포대 취사반 박존희, 김양태, 이건우, 강재수
본부포대 취사반 강재수와 수송부 전우
본부포대 수송부 전우
본부포대 의무대 의무병들!
함박눈 내린 어느 겨울날, 대암산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사무실 앞에서... (1977-1978)
본부포대 최동호 포대장님과 함께.. '김 일병'이 아니라 '생물 선생'하며 나를 부르시던 포대장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귀에 쟁쟁합니다.
대대전술훈련에 참가 파로호에서
유격훈련을 받으며
대대장 당번병 전역.. 김영택(나), 측지과 김병기, 당번병
본부포대 군수과 사무실에서.. 서무계 김영택(나), 일종계 김한수, 박남종 선임하사님, 공병계 정상배
부산 육군병기학교에서 6주간의 탄약관리병 교육을 마치고... 제29차 탄약관리 병반 졸업 기념 사진 (1975.12.06)
전역일 아침 부대를 떠나며... 인사과 박영근, 측지과 오기봉, 본부 박영균, 군수과 김영택(나), 측지과 김양태, 병기과 송성한(1978.03.18)
전역일 아침 부대를 떠나며... 남상소, 선임하사님, 이성교 하사, 김영택(나), 김용철 군수과장님, 최동호 인사과장님, 박춘구, 김용원, 서무계 후임 원종찬

● 나의 군대 추억록 (김영택 병장)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한 끝에 부쳐

군시절을 매듭짓고 사회로 나가는, 우리 모두의 전우였던 한 분의 전역을 축하하고,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준 인품과 인간미를 회억하고 그리고 이에 더해 그분이 남아있는 우리들 전우를 기억케 하여 서로가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여기 그분과 우리 전우들이 지상에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추억록 서문)

 

김 병장! 당신을 맨 첨 봤던 것은 물론 내가 이 부대 833포에 전입을 왔던 날였다오. 그땐 당신에게도 사수가 있었던 때였으니까 쫄병 일등병에다가 걸음걸이는 양반식이었었다오. 김 병장! 내가 어리둥절해서 멍해 있던 신병 시절, 김 병장 당신은 따뜻한 목소리로 이곳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셨다오. 새삼 고마웠다는 얘기라오. - 암호병 김재화 전우 (1978.3.7)

 

김 병장! 오늘 청소는 만점이오. 이젠 집에 돌아가도 좋소. 이젠 안 와도 좋소. - 암호병 김재화 전우 (1978.3.7)

 

누구는 아니 4과 서무계 병장 김영택은 크레용의 일렬 집합 중에서 빨간색의 모습을 했다. 누구는 그 색깔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그는 그토록 정열이 있었다. 실로 조용한 아우성였었다. - 김재화 전우 (1978.3.7)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은 간다. 세월은 간다. 어느덧 대암의 3년. 세월의 주름살은 인간을 어느 곳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다. 봄이면 진달래의 핑크빛에 황홀감을 맛보고, 여름이면 짙은 아카시아의 향기에 넋을 빼앗기며, 영락해버린 꽃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법칙에 고개를 숙이니 바로 가을. 이제 삼라만상이 은백의 차가움에 떨고 있도다. 기나긴 대암의 겨울은  취사반 앞의 개울물 소리에 앞산의 이름모를 나무들의 새닢 돋는 소리에 날아가버렸구나. 

김 형! 우리 인간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떠밀려다니는 미세한 존재인가 보오. 선배는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그러한... 가시거든 고향의 소식이나 아끼지 마시고... 앞날에 행복을 빕니다. - 측지과 Kim Jun (1978.3.17)

 

생물 선생님! 이젠 여물어야 할 때가 왔나 보오. 언제나 당신처럼 진실된 사랑 속에 푹 잠기어 생을 가꾸고픈 심정이랍니다. 처마 끝엔 야구 방망이 같은 고드름이 철을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뭐가 잘났다고 완전군장에 무거운 역기까지 짊어지고 질퍽거리는 연병장을 헤매는 두 젊음이 안쓰럽기만한 신경질나는 오후군요. 언제나 젊음과 진실을 잃지 마시고 주어진 현실에 비굴하지 마세요. 사회에 가시거들랑 아쉬웠던 찬송가도 많이 배우시고요. 언제나 선생의 건승을 두손 모으겠오. - 본부포대 행정반 정태진 (1978.3.15) 

 

도자기 몇 개를 선물합니다. 도공이 도자기를 만드는 정열과 인내로 인생을 살아가기 바랍니다. - 본부포대 작전과 김영석 전우

 

김 병장님의 전역을 축하합니다. 전역 후에도 후배를 위해 지도 편달을 기대합니다. 축하드립니다. - 육군 제8913부대 본부포대 상병 송성한 (1978.3.5)

 

축하드리옵니다.명예로운 전역을, 보다 큰 재산이 이것 말고 또 무엇 있겠습니까? 김 병장님! 이원경 살아 있습니다. Tel 91.1227, 37.1333 - 병기과 서무계 이원경 전우

 

수료증 계급 5대 장성 성명 김영택

상기 장성은 3년 전에 대암산에 입소하여 3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는 동안 인내 성실 용기 충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암산 도사의 자격을 수료하였기에 본 수료증과 함께 사회에 나가 보다 성실하고 참되게 살며 가는 곳마다 행운이 따르는 자격을 부여함 - 1978.3.17 대한민국 도사협회 지국 대암도사회 회장 상병 박수천 (1978.3.17) 

 

김 형! 첫날 밤 갑자기가 아니라 해를 넘기는 오랜 시간동안 당신을 지켜보던 한 영혼이 날이 밝게 주어지면 뒤도 아니 돌아보시고 달려갈 형에게 한맺힌 몸부림의 흔적을 남긴답니다. 무언가 못다 이룬 아쉬움의 응결처럼 빠알갛게 물들은 단풍잎이 대암산을 염색했을 때 난 형과 함께 다래며 머루를 실큰하게 머금어 보고 싶었다오.

김형! 잘 가시오. 그리고 우리 또 만납시다. 그땐 서로가 장성한 성숙의 열매를 맺어 정중히 손을 교차시키며 기쁨의 미소를 교환합시다. 인생을 논할 줄 모르는 저였기에 형이 가시는 길에 무슨 메모를 남기리오만 우리 보다 진실의 사랑을 듬뿍 가꾸는 인생이 됩시다... 안녕이오. 1978.3.16 밤 11:19 - 본부포대 행정반 정태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K 병장의 개구리복을 입은 모습은, O 졸병의 굳게 다문 입술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주머니 속의 숟갈 또 누랗게 발한 칫솔. H 병장의 가슴 두께보다도 더 두꺼운 서류철을 만지는 초췌한 모습. 땟국물이 흐르는 작업복을 입고 TV 시청을 하는 작업 후의 모습. 백년 묵은 대암산 거목이 하루아침에 졸지에 화목이 되는 것도 서럽다.

삼분도 못되어 잠드는 전우들의 모습. 3년을 못기다려 날아드는 애인의 절교 편지.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여고 1학년생에게 편지 쓰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허리 잘린 한반도는 더욱더 우리를 슬프게만 한다. 인천시 북구 부평동 231번지 3통 5반 병장 허규 (본부포대 통신과 서무계) 

 

김 영감! 잘 가시오. 전역을 축하 하옵니다. 부디 행하시는 길에 모든 일에 성취하기를 대암산의 한 병사는 바라옵니다. - 본부포대 강재수 (1978.3.16)

 

김 병장님! 벌써 사회로 진출 꽉 메인 울타리 속을 벗어나 내딛는 걸을을 볼 때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빠른 것 같습니다. ... 김 병장님 별로 좋은 소리도 아닌 것을 (공자 앞에 문자) 멋있게 웃어 보십시다. 군대 생활=사회 생활 항상 나 자신이 손해보는 듯한 생활을 한다면 오늘보다 더 좋은 미래가 창조되겠죠. 지긋지긋한 집합 종이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 군수과 일병 김용원

 

축 전역! 말없이 떠나가는 부두의 연락선처럼 삼년 시집살이 끝맺고 이제 정든 고향 부모형제 또 기다리는 사람 곁으로... 기나긴 세월속에 더럽고 메시껍고 치사한 일 추억으로 삼고 말없이 떠나네. 후배들이여 안녕하여라. 부디 나의 육신은 떠나건만 마음만은 같이 하리. 부디 우리 김 병장님 떠나시더라고 833은 잊지 마시고 아무쪼록 향로로 향하여 구보하시고 몸 건강하시고 김 병장님의 무구한 번영과 발전이 함께 하옵기를... - 833부대 B포대 일병 오선경 (1978.3.6)

 

지금은 폐기처리되어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우리 833포병대대의 8인치 견인곡사포
지금은 폐기처리되어 박물관에 전시된 당시 우리 833포병대대의 8인치 견인곡사포
군복 어께 쪽에 붙이고 다녔던 1군 마크. 당시 우리 833포병대대는 1군 직할 부대였다. (박수천 전우 제공)

전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나의 군대 시절 추억록에 귀한 글 적어 주며 전역을 축하해 준 전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어느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든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김영석, 김재화, 정태진, 이원경, 박수천, 허규, 김준, 강재수, 김용원, 특히 B포대 오선경 일병! 그리고 추억록 저편 이름은 잊었지만 그 모습 아련한 그리운 전우들!!! 언제 한 번 만나 우리의 젊음을 삼켜버린 833포병 군시절 서럽고 쓰린 추억을 안주 삼아 한 잔 술과 함께 우리 멀고 먼 곳으로 추억 여행 한 번 떠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운 전우, 보고 싶은 전우들이여!!! 70년대 말 833포병대대 본부포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인사과, 측지과, 작전과, 군수과, 병기과, 통신과, 수송부, 의무대 그리고 본부 모든 그리운 전우들.

●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나의 전역 기념패, 833포병 최초 사병의 전역기념패? (2021.03.19)

◇ 간직하고 있는 사진 뒷면에 적혀 있는 전우들의 이름

군수과 박남종 선임하사님, 이성교 하사님, 안하영, 남상소, 김용원, 박춘구, 원종찬, 김대규 하사님, 군수과 선임 최규익, 정상배, 김한수 병장님들 제대동기 김양태, 오귀봉 병장, 동기보다 친했던 수송부 김창근 병장, 본부 송근부, 박영균, 이건우, 강재수, 정태진, 박존희, 김태준, 유혜남, 김봉길, 강춘성, 병기과 정칠성, 박정석, 김숭웅, 박정길, 이원경, 송성한, 박수천, 김채옥, 장학은, 의무대 김위흡, 임종빈, 김학근, 김종석, 오남진, 인사과 임정, 김기석, 최창경, 박영근, 수송부 조동희, 김은태, 박형규, 함영남, 김옥성, 김경미, 우희일, 김재환, 김주헌, 한일구, 박외준, 김동석, 민대식, 김주용, 작전과 김영석, 유대형, 이재웅, 신병길, 측지과 김준, 남병덕, 김병기, 통신과 강철기, 석동국, 성낙기, 김종호, 이완우, 이진택, 권제민, 조경희, 허규, 김재화, 신 하사, 암호병 김재화 그리고 브라보포대 오선경... 신현탁 군수과장님, 김용철 군수과장님, 최동호 인사과장님.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기억의 저편 많은 전우들!)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면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건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대학 동기들과 함께 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태산을 오르고 공자묘 곡부와 양마도, 쿤위산 등을 둘러보며... (2012년 8월)

https://youtu.be/npy6XK4986w

https://youtu.be/LP7Ccyg3c74

https://youtu.be/Hh702f6vWY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