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고시조] (97) 하늘이 높다 하고 - 주의식(朱義植) (2021.11.30)

푸레택 2021. 11. 30. 21:41

■ 하늘이 높다 하고 - 주의식(朱義植)

하늘이 높다 하고 발저겨 서지 말며
땅이 두텁다고 매우 밟지 마를 것이
하늘땅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뜻풀이]     

*발저겨: 발돋움하여.
*매우 밟지: ‘매우’는 보통을 훨씬 넘는 정도를 말한다. 곧 너무 밟지 말라는 뜻이다. ‘지’는 ‘아니하다, 말다, 못하다’와 같은 보조 용언과 이어 주는 역할을 하는 부정형 종결어미이다.
*마를것이: ‘마를’은 ‘말으다’의 옛말.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두텁다: ‘두껍다’의 옛말.   

[풀이]


하늘이 까마득하게 높다 해서 발돋움하고 서지는 말 것이며, 땅이 한없이 두껍다 해서 힘주어 밟지는 말아야 한다. 하늘과 땅이 높고 두껍다해도 나는 항상 조심하겠노라!

[지은이]

주의식(朱義植): 생몰연대는 미상. 자(字)는 도원(道源),호(號)는 남곡(南谷)이라 불렀으며, 본관(本貫)은 나주(羅州)이다. 숙종대(肅宗代)에 무과(武科)에 올랐고, 칠원현감(漆原縣監)을 지내다가, 절기(節氣)를 숭상하여 정계(政界)의 분쟁(紛爭)을 떠나서그의 사위인 김삼현(金三賢)과 더불어 심중(心中)의 불평(不平)을 노래로 풀곤했었다. 그의 시상(詩想)에는 인생(人生)의 허무감(虛無感)에서 향락적(享樂的)이고 염세적(厭世的)인 경향이 짙게 깔려있다. 김천택(金天澤)은 그에 대하여, 《청구영언》에서 "시조에서 쓴 말을 보고 그 작자를 생각 하건대, 그는 반드시 비연화중인(非烟火中人)일 것이며, 시조에만 능할 뿐 아니라, 몸을 공검하게 하였고 처심을 맑게하여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고 말하였다. 시조는 14수만 전하며, 내용은 자연·탈속·계행(戒行) 및 회고와 절개를 주제로 다루었다.


[참고]

작가는 절기를 숭상하며 정계의 분쟁을 떠나서, 그의 사위 김삼현과 더불어 심중의 불평을 노래로 풀곤
하였다는 사람이다. 그의 시조 14수는 대부분이 도덕적이고 건실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시조는 뒤에 미묘한 인간심리의 일면을 감추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로봉은 금강산의 최고봉이다. 정상에 오르면, 펀펀한 땅위에 큰 바위 두서너 개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과히 크지도 않은 바위여서 올라서 보았자 한 자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바위 위에 올라서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도 맨위에 있는 바위의 위태위태한 끝까지 올라서서, 발꿈치를 들어 뒤뚝거리면서 사방을 한번 둘러본다.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금강산 정상 정복의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 보았자 하늘은 여전히 높기만하고, 동해 바다의 검푸른 물결은 아득하기만 한데...... 이 하찮은 발돋움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그러므로 그런 짓 다 하지 않고, 삼가고 조심하겠다는 것이 지은이의 뜻이다.

[출처]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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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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