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고 진 저 늙은이 / 정철(鄭澈)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점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뜻풀이]
*이고 진: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점었거니: 젊었으니. ‘점다’는 ‘젊다’의 옛말 투.
*설웨라커든: ‘서랍다 하겠거늘’의 옛 말투.
*짐을조차: ‘짐을 마저’, ‘짐까지야’.
[풀이]
머리에 짐을 이고,혹은 등에 짐을 짊어진 저 노인장이여 그 짐일랑 어서 풀어서 나에게 주십시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겁겠습니까! 늙어 가시는 것만도 서럽다고 하겠는데 거기다 무거운 짐마저 지실 거야 없지 않겠습니까?
[참고]
이 시조는 《훈민가(16)》의 반백자불부재(斑白者不負載)의 장(章)이다. 노인을 공경하고 도와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시조이다. 경로 사상도 이런 식으로 강조하면 한결 설득력이 있다. ‘이고 진 늙은이’가 수두룩한 우리의 사회 현실에서 경로 사상을 입으로만 부르짖는 것은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싫건 좋건, 그러지 않아도 어김없이 핵가족화해 가는 산업사회에서 경로사상의 고취만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러므로 현대적인 복지정책 기반 위에서 해결 방법을 찾되, 그래도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인 경로 사상은 도덕 유산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일소일빈》 송영호 Daum Blog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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