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고시조] (40) '재너머 성권농 집에' 정철(鄭澈) (2021.11.16)

푸레택 2021. 11. 16. 22:28

■ 재너머 성권농 집에 / 정철(鄭澈)

재너머 成勸農 집에 술 익닷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타고
아희야 네 勸農 계시냐 鄭座首 왔다 하여라

[뜻풀이]

*재너머: ‘고개 너머’에.
*성권농(成勸農): 우계(牛溪) 성혼(成渾)을 가리킨다. 권농(勸農)이라 함은 지방의 방(坊)이나 면에 달려 있으면서 농사일을 권장하던 유사(有司: 담당자)를 말한다.
*익닷 말: ‘익었다고 하는 말’
*언치: 안장이나 길마 밑에 깔아 말이나 소의 등을 덮는 방석이나 담요를 말한다.
*지즐타고: ‘눌러타고’. ‘지지르다(지즐다)’는 ‘지르다, 누르다’의 옛말. 기운이나 의견 따위를 꺾어 누르다, 또는 무거운 물건으로 내리누르는 것을 이른다.
*정좌수(鄭座首): 이 노래의 작자인 정철 자신을 말한다. 좌수(座首)는 향소(鄕所)의 우두머리.

[풀이]

고개 너머에 살고 있는 우계 성권농의 집에서 담근 술이 익었다는 말을 어제 들었기로, 누워 있는 소를 박차며 일으켜 가지고 언치만 얹어 눌러 타고는 성권농 집으로 찾아갔다. 아이야, 너의 주인 나으리 계시냐? 있거들랑 정좌수가 찾아 왔다고 말씀 드려라.

[참고1]

송강은 시조를 지음에 있어 언어의 구사가 실로 자유자재하다. 이 시조에서도 초,중장까지는 순리대로 나가다가 종장은 어느새 하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비약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 중장과 종장 사이에 생략되어 있는 사연에서 술 좋아하는 송강이 술벗을 찾아가는 패기를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은 이미 중장의 ‘박차‘고, ‘지즐 타고’에서 신명이 나있는 모습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술이란 마시는 것도 좋지만, 좋은 술을 마시려 가는 기분이 때로는 더 좋은 법이다.

[참고2]

성혼[1535-1598]: 선조대의 고명한 학자로서,우계 선생이라 일컫었다. 율곡 이이와 때를 같이 하였을뿐 아니라,학덕(學德)이 서로 견줄만 하였으며 ‘오단칠정(五端七情)의 이기설(理氣說)’을 토론하여 다른 사람이 밝히지 못한 학설을 주장하였다. 선조대왕이 예를 갖추어 부르시고, 또 이율곡의 권고도 있었으므로 한 때 경연(經筵)에 나아가 강의하였다. 이율곡이 세상을 떠난 뒤로도 얼마 동안 경연에 나아가다가, 고향으로 물러가 후진을 가르치는데 여생을 바쳤다.

[출처] 《일소일빈》 송영호 Daum Blog

https://blog.daum.net/thddudgh7

 

일소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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