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고시조] (36) '청초 우거진 골에' 임제(林悌)

푸레택 2021. 11. 16. 22:19

■ 청초 우거진 골에 / 임제(林悌)

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紅顔을 어디 두고 白骨만 묻혔는다
盞 잡아 勸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하노라

[뜻풀이]

*청초(靑草): 푸른 풀.
*자는다 누웠는다: ‘∼는다’는 ‘~는가?’의 옛 말투.
*홍안(紅顔): 붉고 젊은 얼굴. ‘붉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젊어서 혈색이 좋은 얼굴을 이르는 말.
*백골(白骨): 죽은 사람의 살이 썩고 남은 뼈, 또는 옻칠을 하기 전의 목기나 목물 따위를 이르는 말.
*슬허 하노라: ‘슬퍼 하노라’의 옛 말투.

[풀이]

푸른풀이 우거진 산골짜기에서 자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드러누워 있는가? 붉고 젊은 얼굴은 다 어디다 두고 백골만이 남아서 묻혀 있는가? 이제는 나한테 잔을들어 권해 줄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그 일이 슬프도다.

[참고]

이 시조는 작가가 평안도사로 부임하는 길에 평소에 교분이 있던 황진이의 무덤에서 읊은 것이라고 한다. 자는다 누웠는다, 백골만 묻혔는다라고 연속적으로 무덤을 향하여 묻는 말 속에 풍류 남아의 가슴에 흐르는 애절한 심정이 잘나타나 있다. 그리하여 준비해 가지고온 술을 따라들고 권하고 싶으나 황진이는 이미 무덤 속에 있으니 인생무상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종장은 또 잔을 잡아 작가 자신에게 권하여줄 황진이가 없으니 그것이 슬프다고 해석할수도 있다. 어쨌던 왕년의 명기로서 뭇 남성의 눈길을 받던 황진이가 이제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무덤 속에서 백골이 되고보니 찾는 이가 없다. 그러나 임제는 풍류를 아는 사람이기에 술병을 차고 무덤앞에서 혼자 잔을 기울이며 인생의 허무를 되씹었던 것이다. 이일이 양반의 체통을 떨어뜨렸다고 논란이 되어 임제는 벼슬에서 물러났지만,그런 것에 개의됨이 없이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명산을 찾아 즐기다가 세상을 떠났다.

[지은이]

임제(林悌: 1549~1587): 자(字)는 자순(子順),호(號)는 백호(白湖)요,본관(本貫)은 나주(羅州)이다. 한문소설(漢文小說)인 추성지(秋城誌)의 작자로서, 선조 초(宣祖初)에 등제(登第)하여, 벼슬이 예조정랑(禮曹正郞)에 이르렀으나, 벼슬에는 그다지 뜻이 없어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두루찾아 다니며 짧은 일생을 풍류적(風流的)으로 보내었다 한다.

 

[출처] 《일소일빈》 송영호 Daum Blog

https://blog.daum.net/thddudgh7

 

일소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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