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삼동에 베옷 입고 / 조식(曺植)
三冬에 베옷 입고 巖穴에 눈비 맞아
구름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西山에 해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뜻풀이]
*삼동(三冬): 겨울의 석 달 동안을 가리키는 말이니, 즉 음력으로 시월·동짓달·섣달을 이른다.
*베옷: 여름철에 입는 베로 만든 옷. 한편 포의지사(布衣之士), 즉 ‘벼슬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도 곁들어 있다.
*암혈(巖穴): 바위 구멍. 바위틈. 세상을 등진 고결한 선비들이 숨어 사는 곳을 이른다.
*볕 뉘: 햇볕의 일단. 얼마쯤의 햇발. ‘뉘’는 ‘대단치 않은 것,작은 것, 천한 것 따위’의 뜻으로 새기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눈물겨워 하노라: ‘눈물을 이기지 못하다. 슬픔을 참지 못하다. 눈물겹다’의 뜻이다.
[풀이]
세상을 등진 신세이니, 추운 겨울철에도 베옷으로 겨우 몸만 가리고 바위틈에서 눈비를 맞으며 살아 가노라니, 훤한 햇볕은 고사하고 구름이 낀 얼마간의 햇발도 쬐어 본 적이라곤 없다. 그래도 그 해가 이제 서산을 넘어가니 어쩐지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지은이]
조식(曺植: 1501~1572): 명종(明宗) 때의 학자로,자(字)는 건중(楗中),호(號)는 남명(南溟), 창녕(昌寧)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호매(豪邁)한 기상(氣象)을 지니고,20세에 벌써 학술(學術)을 크게 이루고, 아는 바는 반드시 이를 실천(實踐)에 옮기곤 하였다. 명종(明宗)과 선조(宣祖)로부터 그의 재주를 아깝게 여겨 자주 벼슬길에 오르기를 권하였으나, 그는 나아 가지 아니하고 후진(後進)들의 교도(敎道)와 성리학 연구(性理學硏究)에 일생(一生)을 오로지 하였다. 산수(山水)를 사랑 하여 일찍 부터, 벽산심곡(僻山深谷)에 숨어 살며 선현(先賢)들의 언행(言行)을 모은, 《남명학기류편(南溟學記類篇)》을 편찬하고, 시문(詩文)에 능하여, 「남명가(南溟歌)」, 「왕롱가(王弄歌)」, 「권선지로가(勸善指路歌)」 등의 가사(歌辭)를 지었으나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참고]
이시조는 작가가 중종의 승하소식을 듣고 연군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초장은 청빈한 자기의 생활을 나타내는 것이고, 중장은 벼슬을 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성으로 임금의 승하소식을 들으니 슬픔을 못 참겠다는 것이다. 순수한 연군의 정을 노래한 것 같으나, 이 시조의 바닥에는 당쟁의 혼탁 속에서 그 재물이 된 중종의 비극,또는 그러한 비극을 조작하는 무리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음도 알아야 한다. 연산군이 푹정으로 쫓겨난 후 중종 반정에 의하여 즉위한 중종은 폐정을 바로잡고자 하였으나 기묘사화를 비롯한 분쟁과 화옥이 재위 연간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일소일빈》 송영호 Daum Blog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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