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작수필] '도마뱀의 사랑' 이범선 (2021.11.03)

푸레택 2021. 11. 3. 22:45

■ 도마뱀의 사랑 / 이범선(李範宣)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집의 벽을 수리하기 위해서 뜯었다. 일본집의 벽이라는 것은 그들의 말로 소위 오가베라 하여 가운데에 나무로 얼기설기 대고 그리고 그 양쪽에서 흙을 발라 만드는 것으로서 속이 비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벽을 뜯다 보니까 벽 속에 도마뱀 한 마리가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그 도바뱀은 그저 보통 갇힌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벽 밖에서 안으로 박은 긴 못에 꼬리가 물려 꼼짝도 못하게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집 주인은 그 도마뱀이 가엾기도 하려니와 약간 호기심이 생겨 그 못을 조사해 봤다. 집 주인은 놀랐다. 그 도마뱅의 꼬리를 찍어 물고 있는 못이 바로 십 년 전 그 집을 지을 때 벽을 만들며 박은 못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도마뱀은 벽 속에 갇힌 채 꼼짝도 못하고 십 년을 살아온 셈이 된다. 캄캄한 벽 속에서 십 년간!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캄캄한 벽 속에서 십 년간이란 긴 세월을 살았다는 것도 놀랍다. 그런데 그렇게 꼬리가 못에 박혔으니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그 도마뱀이 도대체 십 년간이나 그 벽 속에서 무엇을 먹고 산 것일까? 굶어서? 그럴 수는 없다.

집 주인은 벽 수리 공사를 일단 중지했다.
이 놈이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잡아먹는가? 하고,

그런데 어떤가. 얼마 있더니 어디서 딴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살금살금 기어오는 것이 아닌가.

집 주인은 정말로 놀랐다.

사랑! 그 지극한 사랑! 그 끈질긴 사랑! 그 눈물겨운 사랑! 그러니까 벽 속에 꼬리가 못에 찍혀 갇혀 버린 도마뱀을 위하여 또 한 마리의 도마뱀은 십 년이란 긴 세월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먹이를 물어 나른 것이다.

그 먹이를 물어다 준 도마뱀이 어미인지, 아비인지, 그렇지 않으면 부부간 혹은 형제간인지, 그것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숭고한 사랑의 힘에 뭉클했다.

글=이범선(李範宣) 소설가

/ 2021.11.03 옮겨 적음